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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는 없었다... 소녀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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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는 없었다... 소녀의 눈물

입력
2016.12.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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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수요집회에서 참석자들이 한일 위안부 협정을 폐기하라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정반석 기자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수요집회에서 참석자들이 한일 위안부 협정을 폐기하라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정반석 기자

“日진심없이 협의할 생각 없다”

올해 마지막 정기 수요집회

고인이 된 할머니 7명 추모제

“재단 해체ㆍ합의 폐기”결의도

28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 거리가 노랗게 물들었다. 오전 일찍부터 노란색 국화꽃을 가슴에 품은 채 대사관 앞에 모인 시민들은 올 한해 별세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7명의 영정에 헌화하고 고개를 숙였다. 경북 경주시에서 올라 온 고교생 이수정(17)양은 “오랜 세월 일본의 사과만 기다리던 피해자 일곱 분이 세상을 떠났다”며 ”하늘에서라도 평생의 한이 풀릴 수 있도록 ‘한일 위안부 합의’는 마땅히 폐기돼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올해 마지막 정기 수요집회가 열린 이날은 지난해 한일 정부가 위안부 합의를 맺은 지 1년을 맞는 날이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와 평화비전국연대 등 4개 단체는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로하는 추모제와 위안부합의 무효를 촉구하는 공동결의식을 진행했다. 영하 2도까지 떨어진 추운 날씨에도 생존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90) 길원옥(88) 할머니를 비롯해 시민 700여명(경찰 추산)이 참석해 정부를 한 목소리로 규탄했다.

참석자들은 숨진 피해자들을 기리며 ‘평화의 소녀상’을 둘러쌌다. 이제 일본의 만행을 기억하고 증언할 수 있는 이들은 39명만 남았다. 이명숙 해남나비 대표는 추모사를 통해 “생전 종종 찾아 뵀던 공점엽(5월 사망) 할머니는 전쟁의 패악에 맞서 시민들이 연대하길 희망했다”며 “서른아홉 분이라도 일본의 공식 사과를 꼭 받을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를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설립한 화해치유재단을 해체하라는 비판도 쏟아졌다. 정대협 관계자는 “12ㆍ28 한일 위안부 합의는 잔혹한 2차 가해자의 다른 이름이었다”며 “정부는 아픔과 슬픔 속에 한 해를 보낸 국민을 위해 재단을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회에 참석한 정슬기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피해자의 간절한 바람을 외면한 채 진행된 위안부 합의는 정권이 교체되면 가장 먼저 없애야 할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집회를 마친 참석자 300여명은 광화문광장을 거쳐 외교부 앞까지 행진한 후 위안부 합의 무효를 촉구하는 공동결의식을 열었다. 주변을 지나던 시민들도 ‘일본은 위안부 문제를 인정하라’ ‘박근혜는 즉각 퇴진하라’ 등 행진 구호를 따라 외치며 지지를 보냈다. 김복동 할머니는 결의식에서 “일본 정부가 진심으로 사과하고 정식 배상을 하기 전까지 우리는 협의에 나설 생각이 없다는 사실을 정부는 똑똑히 알아야 한다”며 “더 늦기 전에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위안부 생존 피해자 11명과 숨진 피해자 5명은 일본 정부를 상대로 1인당 2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이상희 변호사는 “할머니들이 고령이지만 정의를 실현하고 인권 회복을 위해 뒤늦게 소송을 내기로 했다”며 “일본 정부에 반인도적 범죄의 법적 책임을 묻지 않고 10억엔 수령으로 협상 타결을 선언한 정부는 합의를 폐기하고 배상청구권을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28일 오후 부산 동구 일본총영사관 앞에서 부산시민단체가 위안부 소녀상을 기습적으로 설치한 뒤 연좌농성을 벌이면서 이를 철거하려던 경찰 및 구청 직원 등과 대치하고 있다. 뉴시스
28일 오후 부산 동구 일본총영사관 앞에서 부산시민단체가 위안부 소녀상을 기습적으로 설치한 뒤 연좌농성을 벌이면서 이를 철거하려던 경찰 및 구청 직원 등과 대치하고 있다. 뉴시스
28일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1,263차 수요집회를 마친 참석자들이 올 한해 숨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7명의 영정을 들고 외교부를 향해 항진하고 있다. 정반석 기자
28일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1,263차 수요집회를 마친 참석자들이 올 한해 숨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7명의 영정을 들고 외교부를 향해 항진하고 있다. 정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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