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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특허 ‘갑질’ 美 퀄컴에 과징금 1조 철퇴

입력
2016.12.28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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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고액… 시정명령 조치도

한국시장 발판 세계기업 된 퀄컴

표준특허 이중잣대로 불공정 계약

로열티 매년 1조5000억 받아가

공정거래위원회가 미국 ‘통신 공룡’ 퀄컴에 1조원이 넘는 사상 최고액 과징금을 부과했다. 퀄컴이 우월적 특허권과 점유율을 이용해 자사에 유리한 계약을 강요하는 등 장기간 국내 이동통신시장에서 ‘슈퍼 갑질’을 했다는 게 공정위의 최종 결론이다. 그동안 ‘퀄컴의 봉’이라는 얘기까지 들어야 했던 우리나라의 경쟁당국이 한국 시장을 발판으로 연매출 수십조원의 초거대기업으로 성장한 퀄컴의 ‘부당한 사업모델’에 철퇴를 가한 것이다. 이번 제재가 철저히 퀄컴 위주로 돌아가는 휴대전화 시장 매커니즘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 올 것이란 기대와 함께 제재를 반대해 온 미국 정부가 한국에 보복을 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공정위는 퀄컴과 2개 계열사가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를 한 것으로 결론 내고, 퀄컴에 대해 과징금 1조300억원과 시정명령을 부과한다고 28일 밝혔다. 위반행위가 시작된 2009년 11월 이후 국내 관련 매출액(38조원)에 과징금 부과율 2.7%(중대 위반행위는 2.3~3.0% 사이)를 곱해 나온 액수다. 이 과징금은 2010년 액화석유가스(LPG) 회사 담합 사건에서 부과된 과징금(6,689억원)을 제치고 사상 최대 규모로 기록됐다.

공정위는 퀄컴이 이동통신 표준필수특허(SEP)를 보유함과 동시에 칩세트(함께 작동하는 집적회로 세트) 시장의 주요 제조사라는 이중적 지위를 가지면서, 다른 칩세트 제조사 및 휴대전화 제조사 등에 장기간 횡포를 부린 것으로 결론 냈다.

우선 퀄컴은 삼성이나 인텔 등 타 칩세트 제조사에 자사 표준필수특허의 사용을 허가하지 않았다. 특허이용을 원하는 사업자에게 표준필수특허를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차별 없이 제공하겠다는 국제표준화기구 확약(프랜드ㆍFRAND 확약)에 동의하고 이런 독점적 지위를 인정받았으면서도, 실제론 특허 제공을 거부한 것이다.

경쟁 칩세트 회사에 특허 제공을 거절한 것과 달리, 휴대전화 회사를 상대로는 칩세트 공급을 볼모로 표준필수특허 계약을 강제했다. 휴대전화 회사와 특허권 계약을 자신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체결하는 한편, 휴대전화 회사가 보유한 관련 특허는 퀄컴에 무상으로 제공하도록 했다. 휴대전화 회사들은 퀄컴에서 칩세트를 받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특허권을 내 줄 수밖에 없었다.

퀄컴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평가되는 이런 불공정 관행을 등에 업고 한국 휴대전화 제조사들로부터 막대한 로열티를 거둬 갔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전 세계에서 퀄컴이 거둔 매출 756억달러(약 91조원) 중 20%(약 18조원)가량이 한국에서 발생했다. 작은 벤처기업에 불과했던 퀄컴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것도 한국이 퀄컴의 코드분할다중접속방식(CDMA)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덕이었다. 한국은 퀄컴의 ‘물주’ 역할을 톡톡히 하며 매년 1조5,000억원가량의 로열티를 내고 있다.

퀄컴의 사업모델을 외국 정부가 통째로 문제 삼은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첫 사례다. 앞서 중국 정부가 지난해 퀄컴의 로열티와 끼워팔기를 문제삼으며 60억8,800만 위안(약 1조원)의 벌금을 부과했지만, 중국 당국은 칩세트 제조사 특허사용권(라이선스) 부분은 제재에 담지 않았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이동통신사업 시장의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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