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놀라움을 안겼던 가수 밥 딜런의 책 두 권이 나란히 출간됐다. 그가 1966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쓴 소설 ‘타란툴라’(문학동네)와 지금까지 그가 쓴 모든 노랫말을 집대성한 가사모음집 ‘밥 딜런: 시가 된 노래들 1961~2012’(문학동네)다.
10월 13일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사건’이었다. 대중은 가수가 문학상을 받았다는 사실에 놀랐고, 언론은 문학평론가와 음악평론가 중 누구에게 의견을 물어야 할지 몰라 헤맸으며, 출판사는 팔 책이 없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이후에 나온 책들은 그 동안 국내 출판계에서 거의 공백 상태였던 딜런의 저서를 메우는 것에 집중해왔다.
그 책들 대부분이 ‘음유시인’으로서 딜런에 주목했다면, ‘타란툴라’는 소설, 그것도 딜런의 유일한 소설이라는 데 의미가 크다. 25세라는 창창한 나이에 쓴 ‘타란툴라’는 온통 암호 같은 말로 가득하다. “사실 인생은 읽을 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 담배에 불을 붙일 무엇에 지나지 않는다” “누가 친구인지 알면 유익하지만 친구는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아는 것도 유익하다” “이런 바보! 그래서 네가 혁명을 하려는 거구나”
47개의 짧은 글로 이뤄진 이 책은 등장인물이 있고 허구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소설로 분류할 수는 있지만, 서사를 완성할 의지가 전무하다는 데에서 전통적 소설과는 거리가 멀다. 시, 산문, 가사, 경구, 읊조림, 잠꼬대 등 무엇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이 글에, 출판사는 “창조적 갈등의 소용돌이 속에서 환상을 보는 초현실주의적 서사시의 콜라주”라는 다소 거창한 설명을 붙였는데, 이는 창작 당시 딜런의 상황 때문이다.
집필 시기로 추정되는 1964~1966년 딜런의 삶을 잠식한 것은 저항이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사회에 대한 저항이 아닌, 사회에 대해 저항하라고 강요하는 대중을 향한 저항이었다. 2집 ‘The Freewheelin’ Bob Dylan’(1963)과 3집 ‘The Times They Are A-Changin’(1964) 덕에 딜런은 ‘시대의 양심’으로 자리매김했다. 그 ‘자리매김’에 진저리를 친 딜런은 정치적인 포크송과 작별한 뒤 포크록 스타로 변신한다. 1965년 포크 페스티벌에 참여해 로큰롤 밴드와 함께 일렉트릭 사운드를 연주한 딜런에게 “도끼로 마이크 줄을 끊어버리겠다”는 위협과 야유가 쏟아졌고 공연은 15분만에 중단됐다. 대중이 원하는 것은 오직 하나, ‘통기타를 들고 저항의 노래를 부르는 밥 딜런’이었다.
이 즈음 쓰여진 ‘타란툴라’에서 딜런의 고뇌를 읽는 것은 독자의 자유지만, 이 ‘프로 반항아’는 그것조차 못마땅해할 지 모르겠다. ‘시대의 양심’이란 말에 딜런을 구겨 넣을 수 없는 것처럼, ‘고뇌하는 반항아’라는 말도 그를 설명할 수 없다. 딜런은 ‘설명 불가’로 남고 싶어하고, ‘타란툴라’가 그런 책이다.
‘밥 딜런: 시가 된 노래들 1961~2012’에는 1962년 데뷔앨범 ‘밥 딜런’부터 2012년 ‘폭풍우’까지, 31개 정규 앨범에 수록된 작사곡 전곡과 여기 수록되지 않은 곡까지 총 387곡의 가사를 집대성한 책이다. 전문 번역가가 아닌 시인이 번역을 맡았다. 시집 ‘백치는 대기를 느낀다’를 펴낸 서대경, ‘세상의 모든 최대화’의 황유원 시인이 함께 옮겼다. 김경주, 김민정 등 국내 시인들의 시를 영어로 번역한 제이크 르빈이 자문으로 참여했다. 영한대역이다보니 책은 1,568쪽에 이른다. 딜런의 팬에게는 소중한 컬렉션이 될 것이고, 그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의문을 품었던 이에게는 스스로 답을 내릴 수 있는 자료집이 될 것이다.
황수현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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