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5021만원 놓고 사라져
“불우이웃을 위해 써 달라”
총 4억9785만원 남몰래 기부
전북 전주시의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나타났다. 그는 지난 2000년 첫 성금을 기부한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17년째 몰래 나타나 온정을 베풀고 있다. 그가 지금까지 기부한 돈은 약 5억원이다.
28일 전주시에 따르면 한 남성이 이날 오전 11시8분쯤 덕진구 노송동 주민센터 인근 나무 아래에 돈이 든 A4 종이박스를 놓고 사라졌다. 시 관계자는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성이 전화를 걸어 ‘동사무소 뒤 나무 밑에 현금이 든 종이상자가 있으니 불우이웃을 위해 써 달라’는 말을 남긴 채 끊었다”고 말했다.
직원들이 현장을 확인하자 종이상자 하나가 놓여 있었고 상자 안에는 5만원권과 1만원권 지폐 다발과 동전 등 총 5,021만7,940원이 들어 있었다. ‘소년소녀가장 여러분 힘든 한 해였지만 우리에게는 희망이라는 선물이 있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글도 남겼다.
전주시는 지난해와 같은 A4용지 박스인데다 그가 남긴 메시지 등의 내용을 볼 때 지난해까지 16년간 찾아온 ‘얼굴 없는 천사’로 보고 있다. 그는 2000년 4월 58만4,000원을 놓고 간 것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17년 동안 총 4억9,785만여원을 기부했으며 자신의 이름과 얼굴은 단 한 번도 공개하지 않았다.
전주시는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을 기리기 위해 2009년 12월 기념비를 세웠고 노송동 일대 주민들은 10월 4일을 ‘천사의 날’로 지정해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 등을 돕는 봉사활동을 펴고 있다.
시 관계자는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으로 인해 익명으로 후원하는 천사시민들이 늘고 있다”며 “기탁금은 공동모금회를 통해 관내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데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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