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도 다양한 원인으로 빈혈이 발생한다. 보호자들은 대부분 잘 모르지만 양파중독, 신부전, 종양, 골수이상, 자가면역질환, 사고 등으로 빈혈이 발생하고 심하면 사람처럼 수혈이 필요하다. 심한 빈혈로 사경을 헤매던 반려동물들이 수혈로 활력을 되찾는 모습을 보면 수의사로서 보람을 느낀다.
일반인에게 반려동물의 수혈은 생소하게 들릴 것이다. 사람들은 개와 고양이도 혈액형이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특히 개의 혈액형은 사람보다 훨씬 다양하다.
혈액형은 적혈구(Erythrocyte) 표면에 존재하는 항원(Antigen)에 따라 결정된다. 부적합한 혈액을 수혈하면 심한 용혈성(혈액이 깨지는 현상) 빈혈이 발생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따라서 개와 고양이를 기를 경우 반려동물의 혈액형을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개의 혈액형은 사람과 달리 DEA(Dog Erythrocyte Antigen)로 표현하고, DEA1.1, DEA1.2, DEA3~8까지 8가지로 구분한다. 주요 혈액형은 DEA1.1과 DEA1.2이다. Dal, Kai-1, Kai-2과 같은 새로운 혈액형들도 확인되고 있다.
대부분의 개는 사람과 달리 자연 발생 항체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첫 수혈에서는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수혈을 한번이라도 받았다면 수혈 받은 혈액에 대해 항체가 형성되기 때문에 이후 수혈을 할 때는 반드시 수혈교차반응 검사를 실시해야 한다.
고양이는 사람과 비슷하게 3가지 타입(A형, B형, AB형)의 혈액형을 갖고 있다. 대부분 고양이(80% 이상)가 A형이다. 고양이 품종 가운데 샴(Siamese), 버미즈(Burmese), 톤키니즈(Tonkinese), 러시안 블루(Russian Blue) 등은 혈액형이 모두 A형이다.
고양이는 사람처럼 자연 발생 항체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다른 혈액을 수혈하면 위험하다. 특히 B형 고양이가 A형을 수혈 받을 경우 A형 혈액dl 신속히 파괴돼 혈색소뇨, 저혈압, 구토, 신경 증상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반드시 수혈 전에 수혈교차반응 검사를 실시해야 한다. 또 B형 혈액형을 가진 고양이는 매우 드물기 때문에 평소 혈액형 검사를 통해 우리 고양이의 혈액형이 B형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B형 어미가 A형 또는 AB형 새끼를 분만하면 초유에 포함돼 있는 항체가 새끼들의 적혈구를 파괴하는 신생아 적혈구 용혈증이 발생한다. 이런 이유로 B형 암컷과 A형 또는 AB형 수컷 고양이의 교배를 삼가해야 한다.
수혈은 응급한 상황에서 중증 환자를 살릴 수 있는 매우 고마운 치료법이다. 평소 혈액형 검사를 통해 개와 고양이의 혈액형을 알아두고 부작용 및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필요하다.
문재봉 수의사(이리온 동물병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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