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 기업의 해외 법인들이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내는 등 경영상태가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한국 기업의 해외 현지법인 6,000여 곳의 실적을 토대로 분석한 '2015 회계연도 해외직접투자 경영분석'에 따르면 분석 대상 기업들의 지난해 평균 매출액은 1억1,200만달러(약 1,353억원)로 집계됐다.
최근 5년간의 추이를 보면 한국 기업 해외법인의 평균 매출액은 2012∼2013년 1억3,000만달러 수준을 유지하다가 2014년 1억2,700만달러 수준으로 하락했고, 지난해 11.8% 급락했다.
업종별로도 제조업(-13.4%), 광업(-37.0%), 도소매업(-6.4%) 등 국내 기업이 해외에 진출한 주요 업종의 매출액이 일제히 감소세를 보였다.
매출이 줄자 영업이익 역시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2012∼2013년 470만달러 수준이던 현지법인의 평균 영업이익은 2014년 410만달러로 떨어졌고, 지난해 270만달러 수준으로 무려 34.1% 급감했다.
연구소는 "평균 영업이익은 2009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다가 2014년부터 감소세로 전환했고, 2015년 글로벌 수요부진에 따른 매출 감소의 영향으로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영업이익률도 2011∼2013년 3년 연속 3.6%를 유지하다가 2014년 3.2%로 내려간 데 이어 지난해에는 2.4%까지 주저앉았다.
그 영향으로 국내 기업의 해외법인은 지난해 평균 7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2008년 이후 7년 만의 적자다.
연구소는 "평균 당기순이익은 2009년 흑자로 전환한 이후 2012년까지 꾸준히 증가했으나 증가율이 점차 둔화되면서 2013년부터 감소세를 지속, 지난해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는 등 기업 규모에 상관없이 전반적인 기업의 수익성이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또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2.4%로 0.8%포인트 하락한 반면 당기순이익률은 -0.6%로 전년보다 2.3%포인트의 큰 폭으로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영업에서의 타격은 재무상황의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현지법인의 부채비율은 163.7%로 2014년(164.8%)보다 다소 낮아졌으나 국내기업 평균(128.5%)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었다.
특히 건설업의 해외법인은 2014년부터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도 2013년 6.1에서 2014년 4.5, 지난해 2.9 등으로 급격히 낮아지는 모습이다.
건설업의 경우 3년 연속으로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연구소는 "글로벌 경제성장 둔화로 인한 수요 부진, 시장 내의 경쟁 심화, 광업·건설업황 부진으로 인한 영업실적 악화가 해외 현지법인의 경영실적을 부진하게 만든 요인"이라며 "최근 5년간 성장성·수익성이 둔화되는 양상을 보이는 점과 향후 세계 교역규모의 둔화 추세 등을 고려하면 경영전략을 성장 위주에서 수익 위주로 재편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의 확산 흐름에 대응해 현지화 영업전략을 강화하고 리스크가 높은 지역과 업종에 진출한 현지법인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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