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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드플래시 잡아라” 반도체업계 증설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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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드플래시 잡아라” 반도체업계 증설 경쟁

입력
2016.12.28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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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새로운 반도체 르네상스를 몰고 올 낸드플래시에 의해 치킨게임이 불붙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2일 청주공장에 2조2,000억원을 쏟아부어 3D(3차원) 낸드플래시 전용 라인을 깔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장 골조와 클린룸을 만드는 데 드는 돈만 이 정도로, 제조장비까지 완비하려면 총액 15조원 안팎이 투입된다.

SK하이닉스는 이천공장 M14 상층 라인에서도 낸드플래시 양산을 추진 중이다.

SK하이닉스는 내년 하반기 가장 먼저 72단 적층 낸드플래시 제품을 양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낸드플래시 기반의 컴퓨터 스토리지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시게이트(Seagate)와의 합작을 선언했다.

삼성전자는 단일 라인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평택반도체단지 외관이 완성되고 나면, 이 곳(잠정 M18 라인)에서 내년부터 4세대 3D 낸드플래시를 집중적으로 양산할 계획이다.

삼성은 최근 9조4,000억원을 들여 세계 최대 자동차 전장(電裝) 기업 하만(Harman)을 인수함으로써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시너지를 발휘할 부문이 차량용(automotive) 반도체다. 차량용 낸드플래시 수요는 5년내 15배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낸드플래시의 원조 격인 도시바는 8조원 이상 재원을 투입해 일본 시가(滋賀)현 요카이치(八日)에 3D 낸드플래시용 제2팹(Fab·공장)을 대대적으로 증설키로 하고 내년 2월 착공한다.

도시바는 빅스(BiCS) 플래시 공장으로 명명한 이 곳에서 3D 낸드플래시를 양산해 '삼성 추격'을 가시화한다는 전략이다.

마이크론은 싱가포르에 3D 낸드플래시 전용 라인을 구축한다.

비메모리 절대강자 인텔은 중국 다롄(大連) 공장을 낸드플래시 전용으로 개조해 메모리부문 경쟁에 본격적인 뛰어들었다.

더 무서운 잠재적 경쟁자는 반도체 굴기(堀起·산업 부흥)를 선언한 중국 중앙·지방정부와 반도체 기업들이다.

막강한 칭화대 인맥을 등에 업은 칭화유니(紫光)그룹은 양쯔강스토리지테크(홀딩스)를 통해 XMC(武漢新芯) 지분을 인수하고 낸드플래시 투자에 나섰다. 투자액이 무려 27조원에 달한다.

세계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조사로는 2017~2020년 중국내에 26개 크고작은 반도체 공장이 들어선다. 중국 정부는 지난 2년간 반도체 웨이퍼 생산 및 칩 설계 분야에 총 4,000억 위안(약 69조원)을 투자했다.

황금알 낳는 낸드…연평균 45% 폭발적 성장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 36.6%, 도시바 19.8%, 웨스턴디지털 17.1%, SK하이닉스 10.4%, 마이크론 9.8% 순이다.

삼성, 하이닉스, 마이크론의 3각 과점체제인 D램 시장보다 덜하지만 5개 회사가 지배하고 있다.

낸드플래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저장되는 특성 덕분에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바일 기기에 두루 쓰인다. 초창기 USB 플래시 메모리 정도로만 쓰이던 낸드플래시는 어느덧 D램을 뛰어넘어 메모리 시장의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낸드플래시 시장은 2020년까지 폭발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IHS는 1GB(기가바이트)로 환산한 낸드플래시 출하량이 2015년 822억개에서 2020년 5,084억개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연평균 성장률(CAGR)이 무려 45%에 달한다.

같은 기간 D램의 비트 그로스(출하용량 증가율)는 낸드플래시의 절반 수준인 25%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가격도 견조한 수준을 유지한다. 낸드플래시 표준제품인 64Gb(기가비트) 8Gx8 MLC 평균계약가는 지난 6월 하반월에 10.89%나 올랐다.

반도체 전자상거래사이트 D램익스체인지는 내년에도 낸드플래시 가격이 연간 10% 안팎의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4분기에 9조원에 육박하거나 약간 상회하는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점친다. 이 중에서 절반 이상이 반도체 부문에서 나온다.

삼성이 갤럭시노트7 단종이라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호실적을 올리는 데는 낸드플래시를 중심으로 한 메모리 반도체 호황이 절대적인 요인이다.

엇갈리는 치킨게임 전망…"100% 풀가동은 불가능"

과연 반도체 치킨게임은 일어날 것인가.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D램 시장과는 다른 양상이 전개될 것"이라며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우후죽순 낸드플래시 공장 증설에 뛰어들더라도 그들이 동시에 공장을 100% 가동하기는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반도체는 장치산업 특성상 공장을 다 지었다고 해서 완제품인 자동차나 가전제품 공장처럼 곧바로 풀가동 체제에 들어가지는 못한다는 뜻이다.

이는 기술의 진화로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공정 수가 급격히 늘어난 점도 영향을 미친다. 기존에 300가지 공정으로 끝나던 반도체 제품 제조를 400가지 공정으로까지 늘려야 하는 식이다.

반도체 라인은 노광(포토), 증착, 세정 등 여러 공정에서 고가 제조장비를 갖춰야 가동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스텝(step) 수의 증가는 그만큼 많은 장비를 필요로 한다. 라인 하나 까는데 엄청난 비용이 투입돼야 하기 때문에 (장비가) 순차적으로 투입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삼성전자 SSD '750 EVO'.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SSD '750 EVO'.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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