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얼마 전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철회하려는 교육부의 움직임을 보고 받고 “안타깝다”고 말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들을 만나 “역사교과서를 비롯해 여러 정책들이 이렇게 모두 매도 당하는 것이 가슴 아프다”고 했다고 27일 청와대 관계자들이 전했다.
청와대는 이날 교육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에서 후퇴해 2018년부터 국ㆍ검정을 혼용키로 최종 발표하자 허탈해 했다. 청와대는 박대통령이 직무정지 상태인 데다 교육부 결정을 뒤집을 힘도 없는 만큼, 공식 논평을 내지 않고 무기력한 침묵을 지켰다. 청와대 관계자는 “교육부 입장을 존중하는 것 이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면서“학교 현장에서 국정교과서와 검정교과서 중에 잘 선택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청와대 다른 관계자는 “박 대통령도 더없이 착잡한 마음일 것”이라고 전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박 대통령이 공을 들인 브랜드 정책 과제였다. 박 대통령은 “자기 나라 역사를 모르면 혼이 없고, 잘못 배우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지난해 11월 국무회의) 등 발언으로 국정화 당위성을 강조하고 교육부를 강하게 압박했다.
그러나 올 10월 이후 최순실 게이트로 ‘식물 정권’이 되자 교육부가 반기를 들었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달 25일 청와대와 상의 없이 국정화 철회를 시사했다. 청와대는 당시 “역사교과서 국정화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고 맞섰지만, 결국 제동을 걸지 못했다. 야당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 등 현 정부의 핵심 정책 포기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탄핵 정국 이후 ‘폐기 정책 1호’로 남게 됐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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