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넷 사라진 자리, 메뚜기형 음란사이트가 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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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넷 사라진 자리, 메뚜기형 음란사이트가 차지

입력
2016.12.2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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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 피해 정기적으로 주소 수정

끝자리 숫자만 살짝 바꾸는 식

현금 대신 가상화폐 이용하기도

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10월부터 불법 몰래카메라 영상을 추적하는 ‘디지털성범죄아웃(DSO)’ 대표 하예나(20ㆍ활동명)씨는 요즘 은밀한 동영상이 유출돼 고민하는 피해자들의 상담 전화를 자주 받는다. 대부분 헤어진 연인이 동의 없이 유포한 ‘리벤지포르노(보복성 사생활 촬영물)’를 각종 온라인사이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뒤늦게 접한 이들이다. 상대방의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꺼리거나 신고를 해도 이미 광범위하게 퍼진 영상을 모두 지울 수 없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DSO에 도움을 청하고 있다. 하씨는 27일 “활동가 12명이 음란물 사이트를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수시로 이름을 바꾸는 통에 사이트를 적발하고 폐쇄하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해외공조를 통한 경찰의 끈질긴 수사에 힘입어 올해 4월 20년 가까이 법망을 피해 왔던 국내 최대 음란물사이트로 소라넷이 문을 닫았다. 하지만 소라넷 운영진 검거에 실패한데다 경찰이 단속을 지속하면서 수시로 인터넷주소를 바꿔가며 음란물을 양산하는 변종 소라넷이 활개를 치고 있다.

소라넷 폐쇄 이후 불법 음란사이트는 다양한 형태로 진화했다.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온라인주소를 정기적으로 살짝 고쳐 운영을 이어가는 ‘메뚜기 형’ 사이트가 대표적이다. A사이트는 3주마다 한 번씩 영문주소 뒤에 붙은 숫자를 바꾸고 트위터 계정으로 새 주소를 공지해 회원들이 실시간 확인할 수 있게 한다. 첫 방문자가 쉽게 음란물에 접근할 수 없도록 엄격한 등급 회원제를 도입해 단속을 피하는 사이트도 많다.

심지어 일부 사이트는 돈을 걸고 직접 찍은 동영상 대회를 열기도 한다. 하루 방문자만 30만명에 달하는 B사이트는 회원들이 자체 제작한 사진과 영상물 중 한달 동안 추천을 많이 받은 게시물을 추려 총 상금 500만원을 제공하는 ‘콘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현금이 오갈 경우 수사당국에 꼬리가 밟힐 것을 우려해 온라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으로 상금을 전달하는 것도 특징이다.

SNS는 아예 음란물 유통 채널로 변질됐다. 포털 야후를 기반으로 한 SNS ‘텀블러’에서는 여전히 각종 음란ㆍ몰카 동영상이 공유되고 있다. 이메일 주소와 비밀번호만 설정하면 가입이 가능한 손쉬운 인증 절차와 익명성 덕분에 전파 속도가 빠르다. 최모(25)씨는 “텀블러에 가입하자마자 첫 화면에 수십장의 여성 나체 사진이 떠 당황했다”며 “상대 동의 없이 올린 동영상이 대부분”이라고 귀띔했다.

불법 영상이 무분별하게 퍼지면서 피해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 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이달 22일까지 올해 실행된 개인 성행위 영상 삭제 및 접속 차단 요구는 7,325건에 달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단속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유출 피해자의 신고가 있어야 하는데다 대다수 불법 사이트와 SNS 서버가 해외에 있어 수사 협조를 받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경찰서 사이버수사팀 관계자는 “노출 수위가 심해 며칠 간 주시하면 금세 사이트 문을 닫고 새로 생성되기 일쑤”라고 전했다. 방통심의위원회 관계자도 “올해부터 시정요구 내용을 추가 모니터링해 피해 확산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워낙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관리가 어렵다”고 말했다.

당국의 감시 사각지대에 있다 보니 피해자들은 민간 온라인 기록 삭제 업체에 의존하는 형편이다. 통상 한달 치 영상을 삭제하는 비용은 최소 200만원에서 최대 500만원 선. 그러나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피해자들에게 금액은 문제가 아니다. 동영상 삭제 전문 포겟미코리아 관계자는 “주로 성행위 동영상을 없애 달라는 고객이 많은데 올해 의뢰 건수가 지난해보다 30% 가량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음란물 사이트 운영자들은 단속을 피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어 경찰 수사 만으로 인격 살인에 해당하는 동영상 유통을 근절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신고자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등 사회 전반의 감시망을 강화할 수 있는 보완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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