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20대 국회 마무리 직후”
새로운 헌법 적용 시점 제시
김종인 “文 논의 자체 거부” 직격
김원기는 “차기 정부서 완성을”
내년 초 개헌특위 가동 계기로
세력화 가능성… 정계개편 촉각
文 “김종인, 당과 다른 말씀해 걱정”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개헌파 의원들이 27일 공동토론회를 열고 세 과시에 나섰다. 새누리당 분당 등 정계개편이 가시화하는 가운데 야권의 비문재인진영 인사들이 개헌이란 연결고리로 집결한 것이다. 이들은 내년 1월 국회 개헌특위 가동을 계기로 민주당 친문진영과 각을 세우면서 본격적인 세력화 모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유력 대선 주자로 꼽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내년 1월 귀국하면서 개헌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힐 경우 개헌 논의는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민주당 대선 주자 중 한 명인 김부겸 의원은 이날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미완의 촛불 시민혁명 어떻게 완결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토론회를 개최했다. 공동주최자로 민주당에선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와 박병석 전 국회부의장, 국민의당에선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과 박지원 원내대표 등 야당과 무소속 의원 총 69명이 이름을 올렸다.
김 의원은 개회사에서 “촛불 민심의 요구와 국민의 명령은 국가 대개혁이고, 그 완결은 개헌”이라며 ▦분권형 대통령제 ▦경제민주화 확대 ▦직접 민주주의 확대 ▦지방분권 등의 개헌 방향을 제시했다. 이어 “대선 전까지 개헌을 하느냐 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며 “국가 대개혁과 개헌을 통해 20대 국회의 임기가 마무리되는 시점부터 새로운 헌법에 기반한 제7공화국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개헌 시기와 방법에 대해 이견을 보이기도 했다. 민주당 내 대표적 개헌론자인 김종인 전 대표는 “몇몇 대권 주자들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서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개헌을 못하겠다고 얘기하고 있다”며 “지금은 시간이 없으니 개헌을 하지 않고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개헌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쪽에선 개혁이 먼저이고 개헌은 나중이라고 하는데, 저에겐 전혀 개혁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선 이후 개헌을 주장하는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를 겨냥한 것이다.
김 전 대표는 개헌을 염두에 둔 대통령 임기단축 논의에도 적극 나설 것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3년 동안 우리나라의 당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대통령이라면 2년을 더 줘봐야 아무 것도 못한다”고 말했다. 대통령 임기단축 논의는 “내각제를 전제로 한 제안”이라는 문 전 대표 측 입장에 대해선 “내각제든 대통령제든 개헌의 내용을 일단 논의해 봐야 하는데, 그 사람들은 논의 자체를 안 하려는 게 아니냐”고 비판했다.
김 전 대표의 이 같은 개헌 공세에 대해 문 전 대표도 불편한 심정을 드러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총선 때 김종인 전 대표를 영입한 것은 아주 잘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최근 우리당 입장하고 다른 생각을 말씀하셔서 걱정이다”고 말했다.
반면 개헌그룹의 원로인 김원기 전 국회의장은 축사에서 “얼마 남지 않은 대통령선거 이전에 개헌을 완성하기보다는 대선에 나오는 분들과 각 정당들이 개헌에 대한 입장을 발표해서 국민들이 그 지도자의 개헌에 대한 생각을 알고 투표하는 방향으로 정치권이 합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표적 개헌론자인 김 전 의장은 대선 이후 차기 정부가 개헌에 나서야 한다는 쪽에 무게를 실은 것이다.
한편 김동철 비대위원장은 “69명의 의원들은 개인적으로 한 정당에서 정치를 한 번 해보고 싶은 분들”이라며 정계개편을 염두에 둔 듯한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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