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국회선진화법도 무력화 가능
與의 ‘법안 저지선’ 모두 붕괴
법사위장까지 뺏긴 새누리 ‘악몽’
野 신속처리안건 패스트트랙도
거의 모든 상임위서 쓸 수 있어
좌석 배치도 변화… 민주가 중앙에
집권여당의 분당은 국회 지형을 확 바꿔놓았다. 새누리당은 입법ㆍ정책ㆍ예산전(戰)에서 백전백패가 불가피한 ‘절대 불리’ 지대에 놓이게 됐다. 기존 1여3야에 개혁보수신당(가칭)이 가세한 1여4야 구도는 야권이 뭉치기만 한다면 쟁점 법안의 1차 저지선인 국회 상임위를 뚫고, 2차 저지선인 국회선진화법(개정 국회법)도 무력화시킬 수 있다. 심지어 야권발 개헌도 가능하다. 여당으로선 지옥을 경험할 수 있다.
야권은 쟁점 법안의 ‘프리패스권’을 얻었다. 국회 각 상임위에 상정된 법안은 법안소위 의결을 거쳐야만 통과된다. 20대 국회 여야는 법안소위 구성을 여야 동수로 합의했다. 그래서 쟁점 법안은 여당 단독으로도, 야당들만의 결집만으로도 처리할 수 없었다. 하지만 상임위 법안소위 내 균형이 깨지면서 새누리당은 야당의 단독 법안 처리를 법안소위에서 막을 수 없게 됐다.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의 신당행도 새누리당으로선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각 상임위가 통과시킨 법안은 본회의 직전 법사위로 향하는데 본회의장으로의 관문을 법사위원장이 지키고 있다. 새누리당이 법사위원장 선임을 다시 하려 해도 상임위원장 사임은 본회의 동의를 얻어야만(국회법 제41조) 가능하다.
본회의장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국회선진화법은 법안 통과의 매직넘버로 국회 재적 의원 300명의 5분의 3 이상인 ‘180석’을 규정한다. 분당 전까지 더불어민주당(121석)ㆍ국민의당(38석)ㆍ정의당(6석)ㆍ무소속(6석)으로는 9석이 모자랐지만 신당(30석)의 합류로 201석이 됐다.
또 국회선진화법에 규정된 패스트트랙 조항을 야4당이 한껏 활용할 수 있다. 국회법 제82조2항 에 규정된 일명 신속처리안건은 상임위 구성원의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330일 이내에 본회의에 자동 상정할 수 있는 제도다. 국회 운영위, 정무위, 환경노동위, 산업통상자원위 4곳은 이미 야당이 패스트트랙을 쓸 수 있는 상임위였지만 신당의 등장은 이를 거의 전 상임위로 넓혔다. 더불어민주당은 27일 분당이 결정되자마자 ▦세월호 참사나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 ‘사회적 참사 특별법’ ▦선거연령 18세 인하 ▦상법 개정안 등 경제민주화 법안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 관련 법안 ▦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관련 법안 등의 개혁 입법을 처리하자고 촉구했다. 이렇게 될 경우 정부ㆍ여당이 추진 중인 ‘2월 추경’은 물론 중점 과제인 노동4법 처리 등도 요원해진다. 게다가 새누리당은 앞으로 안건조정위원회 구성을 요청해(상임위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 쟁점 법안 심의를 90일간 늦출 수 있는 방패도 쓸 수 없게 됐다(국회법 제57조2항).
국회 각 상임위와 본회의장의 좌석 배치도 바뀐다. 국회의장석을 바라볼 때를 기준으로 중앙석에 1당이 앉고, 오른쪽에 2당, 왼쪽에 3당과 무소속 의원 등 나머지가 자리잡는 구조라, 민주당이 새누리당 대신 중앙석을 차지하게 된다. 또 새누리당은 국회 본청의 사무실을 일부 신당에 내줘야 한다. 국회 교섭단체가 늘면서 기존 정당들은 국고보조금이 줄고 신당은 새로 지급받게 된다. 국회에서 헌법개정안 통과를 막을 수 있는 ‘개헌저지선’인 재적의원 3분의 1, 즉 101석도 무너지면서 새누리당은 야권이 결집할 경우 개헌도 막을 수 없다. 서상현 기자 lss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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