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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인사이트] 덴마크 식 겐트제 '강원 일자리 안심공제' 실현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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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인사이트] 덴마크 식 겐트제 '강원 일자리 안심공제' 실현될까

입력
2016.12.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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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는 지난 19일 강원발전연구원 대회실에서 열린 ‘강원도형 일자리 발굴을 위한 토론회’에서 내년부터 덴마크의 실업제도인 ‘겐트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강원도 제공
강원도는 지난 19일 강원발전연구원 대회실에서 열린 ‘강원도형 일자리 발굴을 위한 토론회’에서 내년부터 덴마크의 실업제도인 ‘겐트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강원도 제공

집안의 가장이 갑작스럽게 직장을 잃었다고 가정해보자. 생활비에 자녀 양육비, 대출 이자까지 돈 들어갈 곳이 많지만 소득이 끊기니 막막할 것이다. 재취업을 위해 일정 기간 교육비가 필요할 수도 있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대비해 1995년부터 고용보험 제도를 운영 중이다. 보험료를 일정기간 납입하면 실직 때 월 최고 130만원의 수당을 240일까지 보장해 준다. 그러나 이를 든든한 ‘사회안전망’으로 보기는 어렵다. 소규모 기업에서 일했거나 비정규직 근로자의 경우 이마저도 보장 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최문순 강원지사가 현행 고용보험의 단점을 보완한 실업제도를 도입해 관심을 받고 있다. ‘복지천국’이라 불리는 덴마크 등 북유럽에서 시행 중인 겐트시스템(Ghent system)을 벤치마킹 한 ‘강원 일자리 안심공제’다. 현행 고용보험보다 많은 돈을 적립해야 하지만 해고되면 최대 급여의 90%까지 2년간 보장 받을 수 있는 제도다. 노동조합이 기금을 운영해 기업이 어려울 땐 잠시 유급 휴직을 할 수도 있다. 최 지사는 “내년부터 이 모델을 적용, 기업 유치와 고용 안정을 동시에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겐트시스템은 1901년 벨기에 겐트지방에서 노조가 중심이 돼 실업과 산업재해, 질병에 대비한 기금을 만들면서 탄생했다. 덴마크와 스웨덴, 핀란드 정부는 공적 자금 지원을 늘리면서 선진국형 복지제도로 발전시켰다.

최 지사는 이 가운데 덴마크 식 겐트시스템(A-Kasse)에 주목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덴마크는 근로자가 노조 가입 후 실업보험기금에 기여금을 납부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2015년 말 현재 덴마크 내 노동인력의 71%(201만 명)가 가입했다. 해고 때 저임금 근로자는 직전 소득의 최대 90%까지 보장을 받는 것이 특징. 새 직장을 찾기까지 생계를 걱정하지 않을 정도의 지원이 가능한 셈이다. 연구원은 “실업을 대비한 사회안전망을 확보해 2015년 덴마크 내 근로자 80만 명이 해고 뒤 다른 일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며 “이 같은 제도가 기반이 된 덴마크의 고용률은 77%로 한국(61%)보다 10% 포인트 이상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강원도는 지난 10월 실무진을 덴마크로 보내 이 제도를 세밀하게 검토했다.

최문순(왼쪽 두 번째) 강원지사는 “지역화폐인 강원상품권은 경제적 분권을 위해, 북유럽 식 겐트시스템인 ‘강원 일자리 안심공제’는 경제 민주화를 위해 필요한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강원도 제공
최문순(왼쪽 두 번째) 강원지사는 “지역화폐인 강원상품권은 경제적 분권을 위해, 북유럽 식 겐트시스템인 ‘강원 일자리 안심공제’는 경제 민주화를 위해 필요한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강원도 제공

강원도가 내년 시행하는 강원 일자리 안심공제는 매월 기업과 근로자가 내는 보험금과 강원도 보조금을 5년간 적립하는 것이 골자다. 만기 때 적금처럼 목돈을 손에 쥘 수 있고, 만약 직장을 잃거나 새 일터를 찾는 경우 본인 의사에 따라 일시금 또는 분할로 보험금을 받게 된다. 최 지사는 “이 제도가 정착되면 유럽처럼 해고 때 근로자들의 저항이 줄어 들고, 기업입장에서도 굳이 비정규직을 늘릴 이유가 사라지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강원도는 내년 상반기 중 시멘트 제조사와 리조트 등 노동집약적이거나 비정규직이 많은 업체 2, 3곳을 선정해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강원도는 또 5년 근속을 조건으로 기업(월 14만원), 근로자(10만원), 강원도(10만원)가 일정 금액을 부담해 2,000만 원 이상 목돈을 보장하는 ‘내일채움공제’도 선보일 방침이다.

하지만 기업현장에선 강원도형 겐트시스템에 대해 몇 가지 문제점을 제기한다. 노동 전문가들은 “한국 노동시장의 경우 정부가 사업장에 고용보험을 강제 가입하도록 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노조가 기금을 운영할 수 없는 구조”라며 “때문에 고용보험 외 별도의 보험금을 납입하면 저소득 근로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겐트시스템이 기업과 근로자간 ‘부익부 빈익빈’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기업이 내는 부담금이 현행 고용보험보다 커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은 기업의 참여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넉넉한 업체에 강원도의 실업 보조금이 집중될 경우 중소기업 근로자의 사회안전망 확보라는 도입 목적을 달성하기 힘들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강원도가 도입하려는 공제사업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노사만의 합의가 아닌 광범위한 사회적 동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원도형 겐트시스템은 내년 1월 1일부터 유통하는 지역화폐인 ‘강원상품권’과 함께 최 지사가 내놓은 야심작이다. 기존에는 보기 힘들었던 실험적 경제정책이다. 그는 “지역화폐는 경제적 분권 실현을 위해, 겐트시스템은 경제민주화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유년(丁酉年) 최 지사의 실험은 성공할까.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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