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비박계 의원 29명이 27일 탈당, ‘개혁보수신당’(가칭) 창당을 공식 선언했다. 이들은 창당선언문에서 “진정한 보수의 구심점”을 기치로 내걸고, “질서 있고 안정된 개혁을 위해 희망의 닻을 올린다”고 밝혔다. 창당대회는 내달 24일이지만 탈당의원들은 이날 앞서 탈당한 김용태 의원을 포함한 30명 이름으로 원내교섭단체 등록을 마쳤다. 지난 4월 총선에서 3당 체제로 출범한 20대 국회가 8개월 만에 4당 체제로 재편된 것이다.
우리 헌정사에서 원내 4당 체제 출현은 26여년 만이다. 1987년 개헌 후 제13대 총선(1988년)에서 민정, 평민, 통일민주, 신민주공화당 등 4당 체제를 이뤘다가 1990년 3당 합당에 의해 양당 체제로 재편된 바 있다. 비박계 집단 탈당으로 새누리당 의석은 개헌저지선(100석)을 밑도는 99석으로 줄었다. 그 파장이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비 새누리당 의석을 합하면 재적 5분의 3을 넘어 국회선진화법에 구애받지 않고 안건을 통과시킬 수 있게 됐다. 조만간 추가 탈당도 예상돼 새누리당의 위상과 영향력은 한층 위축될 수밖에 없다.
13대 국회의 4당 체제는 지역주의와 1인 보스 정치에 기반했지만 대화와 타협에 의한 정치로 나름의 성과를 냈다. 이번 4당 체제는 총선 결과가 아니라 박근혜ㆍ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초래된 탄핵정국 와중의 친박ㆍ비박계 갈등의 산물로, 과도적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대통령 권한 정지로 국회가 국정을 주도해야 할 상황에서 4당 간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절실하다.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각 당이 책임 있는 수권정당으로서 경쟁하는 효과를 기대해 볼 수도 있다. 적어도 시급한 민생과 외교안보 현안에서는 각 당이 목전의 정치적 셈법을 접어 두고 머리를 맞대는 모습을 보여야 마땅하다.
이런 기대를 저버린 채 조기 대선의 유리한 고지 선점에 급급하고, 어지럽게 정치공학적 이합집산에만 골몰한다면 국민의 정치 환멸만 키울 뿐이다. 벌써부터 특정 인사 영입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등 볼썽사나운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광장에 분출하고 있는 촛불 민심은 제도권 정치에 대해 불신이 크다. 이럴 때일수록 각 당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면서 잃어 버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과도적 현상에 그칠지 모르지만 이번 4당 체제가 대화와 타협 정치의 가능성을 보여 준다면 개헌 등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는 우리 정치에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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