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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Figures lie, liars figure. (숫자도 거짓이고 거짓말쟁이는 조작한다)

입력
2016.12.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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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을 중요하게 여기는 미국에서 ‘You’re a liar’는 치명적인 욕이다. Nixon대통령도 Watergate 자체로 물러난 것이 아니라, 사건을 모른다고 거짓말한 것이 확대되면서 물러났다. 거짓에 관해 매우 민감한 미국의 정서는 한국인으로서 쉽게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기록에 따르면 한국은 사기 범죄를 기준으로 줄곧 1위를 해왔다. 한국 뒤로는 멕시코, 남아공, 인도, 아르헨티나 순인데 이를 보면 사기란 후진국형 범죄 형태임이 분명하다. 조선에서 생활한 최초의 서양인인 하멜이 ‘조선은 거짓말 국가이고 조선인은 속임수에 능한 민족’이라고 했던 것에는 근거가 있었던 셈이다. 창조 경제를 내세운 현 정부에서는 국정 농단이 일어났다. 주범자로 지목되는 이들 중 아무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서양 속담 ‘Figures don’t lie but liars figure’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Figures don’t lie’는 수학이나 과학은 믿을 수 있지만 거짓말쟁이(liar)는 이런 것도 조작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figure는 명사로서 숫자를 의미하고 동사로서 계산하다, 궁리하다의 뜻으로 쓰인다. 최근에는 좀더 간단하게 ‘Figures lie, liars figure’라고 말한다. 물론 숫자를 놓고도 사기를 치는 사람이 있고 법규를 강조하면서 스스로는 위법하는 이도 있다. ‘세 가지 거짓말이 있는데 그냥 거짓말과 나쁜 거짓말 그리고 통계’(There are three kinds of lies - lies, damn lies and statistics)라는 말도 있다. 통계를 조작하는 것 못지 않게 한국에서는 법 전문가들이 법망을 빠져 나가기 때문에 마지막 단어 statistics(통계)대신 law manipulation(법률 조작)으로 바꿔서 말해야 할 것이다. ‘법은 규칙이고 원칙이며 의무’(Law is the rule, principle, obligation)라고 말하면서 정작 위정자들이 법망을 빠져나가는데 어느 누가 법을 존중할까. 법은 지키지 않으면 의미가 없기 때문에 지키는 데에 더 큰 의미가 있다. 한국의 대통령 비서실장 혹은 민정 비서관 등 법률 전문가들이 법망을 기막히게 빠져나가는 것이야말로 법을 가장 크게 훼손하고 유린한 것이다.

흔히 ‘눈빛은 거짓말하지 못한다’(Eyes never lie)고 말하는데 청문회에 나온 일부 증인들을 보면 이 말도 맞지 않는다. 니체가 말한 대로 ‘저들이 거짓말해서 화가 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더 이상 믿을 수 없는 것이 문제’(I’m not upset that you lied to me, I’m upset that from now on I can’t believe you)다. 볼테르가 말한 것처럼 ‘오 신이시여 저들 공공의 적을 웃음거리로 만들어 주소서’ ( Lord make our public enemies ridiculous)라고 기도하고 싶은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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