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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합병’ 靑 지시 시인할까… 문형표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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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합병’ 靑 지시 시인할까… 문형표의 딜레마

입력
2016.12.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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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국민연금 ‘연결고리’ 역할

靑 지시 시인 땐 ‘청문회 위증’

모르쇠 땐 국민연금 손해 책임

배임ㆍ직권남용 뒤집어 쓸 수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국민연금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는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27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국민연금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는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27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삼성그룹과 관련한 박근혜 대통령의 제3자 뇌물죄 입증을 위한 마지막 퍼즐을 맞추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순실(60ㆍ구속기소)씨 측에 대한 삼성의 거액 지원이 국민연금공단의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찬성’의 대가임을 확인하려면 청와대와 국민연금 사이에서 ‘메신저’ 역할을 한 문형표(60)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입을 열어야 한다. 그가 특검 조사에서 국정조사 청문회에서의 증언을 번복해 청와대 개입을 시인할지, 또는 기존 입장을 고수해 직권남용의 ‘몸통’을 자처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된다.

특검팀은 지난해 7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한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27일 문 전 장관을 참고인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전날 오전 9시30분부터 이날 새벽 3시까지 사실상 밤샘 조사를 하고 돌려보낸 홍완선(60) 전 기금운용본부장도 이날 오후 다시 불러 연이틀 고강도 조사를 이어갔다.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었던 안종범(57ㆍ구속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도 특검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소환했다. 의사 결정 라인에 있는 주요 관련자들을 동시에 불러 모은 셈이다.

특검팀은 ▦수천억원대의 손해 예상 ▦의결권전문업체의 반대권고 등을 무릅쓰고, 국민연금이 ‘삼성 합병’에 찬성표를 던진 배경에 청와대 지시가 있었다는 정황을 이미 다수 포착했다. 안 전 수석의 업무일지에선 ‘삼성 합병 문제를 적극 도와주라’는 취지의 메모가 발견됐고, 복지부 관계자로부터 “국민연금이 찬성하도록 하라”는 취지의 진술도 확보됐다. 최씨 측과 삼성의 220억원대 승마훈련 지원 계약(실제 집행액수는 80억여원)이 사실상 뇌물성 ‘검은 거래’였다는 진술도 해당 계약의 중개자였던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 김종(55ㆍ구속기소)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으로부터 확보했다. ‘삼성→최씨→박 대통령→안 전 수석→문 전 장관→홍 전 본부장’의 순으로 일이 진행됐다는 것이다.

여기서 핵심 길목에 있는 연결고리가 바로 문 전 장관이다. 홍 전 본부장은 그 동안 줄곧 “청와대 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혀 왔고, 검찰ㆍ특검 수사과정에서도 안 전 수석이 직접 그에게 연락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최광(69) 당시 국민연금 이사장은 “나는 삼성 합병 관련 의사결정에서 배제됐다”고 특검에서 진술했다. 삼성 합병 찬성 결정이 ‘청와대 발(發)’임을 입증하려면 문 전 장관의 ‘인정’이 필수라는 말이다.

문 전 장관은 지난 6일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청와대에서 (합병 찬성 종용과 관련해) 일체의 지시를 받은 바 없다”고 증언했다. 때문에 특검 조사에서 청와대와의 ‘교감’을 시인할 경우 위증죄로 형사처벌을 받게 될 공산이 크다. 그렇다고 기존의 모르쇠 전략을 고수하는 것도 쉽지 않다. 관련자들의 진술과 구체적 물증을 앞세운 특검의 추궁에 버티기가 어려울뿐더러, 자칫하면 자신이 국민연금의 수천억원대 손해를 유발한 ‘최종 책임자’가 돼 배임죄와 직권남용죄를 동시에 뒤집어 쓰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 전 장관이 이 같은 딜레마에 어떻게 대처할지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특검은 그에 대한 조사를 마친 후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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