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ㆍ유럽까지 사정권
트럼프ㆍ푸틴 간 ‘핵 설전’ 이어
중국은 물론 앙숙 파키스탄 자극
“핵비확산조약 지속 가능성 의문”
인도가 핵탄두를 탑재해 중국 수도 베이징까지 날려보낼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에 성공함에 따라 군비확장 경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무기 경쟁 발언을 주고받은 직후라 핵비확산조약(NPT)이 유명무실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비등하다.
미국 CNN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26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인도의 ICBM 시험발사 소식을 거론하며 “세계가 핵개발 경쟁에 나선 시점에서 미국도 핵 능력 고도화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최근 “러시아의 향후 군사전략의 초점은 핵 능력 강화”라고 강조했다. CNN은 “미국과 러시아가 보유한 총 핵무기 숫자가 총 1만4,000개에 달한다”며 “인도가 미국과 러시아의 핵 경쟁에 기름을 부으면서 전세계를 더욱 불안한 미래로 몰아넣었다”고 지적했다.
인도 국방연구개발기구(DRD)는 앞서 이날 오전 11시5분 동부의 오디샤 주 압둘칼람 섬에서 자체 개발한 ICBM ‘아그니-5’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무게 1톤 이상의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아그니-5는 사정거리가 무려 5,000㎞에 달해 중국 북부 지역을 포함한 아시아와 아프리카, 유럽 전역을 타격 할 수 있다.
인도가 이번 시험발사 성공으로 사실상 세계 6번째 ICBM 보유국이 됨에 따라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 강대국 중심의 핵 경쟁은 더욱 가열되는 분위기다.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는 앞서 2013년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러시아와 군사적 긴장이 격화함에 따라 2020년까지 핵폭탄 B61-12를 420기 이상 추가 생산하기로 하는 등 핵무기에 대한 전략적 비중을 늘려왔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당선인이 친(親) 러시아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과 별개로 트럼프 차기 행정부의 안보라인에 포진한 강경보수 인사들은 오바마 정부보다 더욱 적극적인 핵무기 확장 전략을 이어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도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장거리 스텔스 폭격기 PAK-DA를 2023년까지 실전 배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ICBM의 직접적인 타깃이 된 중국에도 비상이 걸렸다. 중국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으로 필리핀과 베트남 등은 물론 미국과 대립하면서 핵전략 강화에 치중해오던 터다. 인도가 아그니-5의 첫 시험발사에 나선 2012년 당시 중국은 국방백서에서 1964년 첫 번째 핵실험 이후 일관되게 고수해오던 ‘핵 선제 불사용’원칙을 담은 문구를 삭제했다. 미 포린폴리시는 “인도와 중국은 아시아 등에서 지역적 경쟁자”라며 “중국은 인도의 ICBM 실전배치를 그냥 두고만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카쉬미르 국경지대에서 인도와 수십 년째 영토분쟁을 겪고 있는 파키스탄도 핵무기 성능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파키스탄은 2013년 당시 인도를 겨냥한 핵탄두 장착 가능 중거리 미사일 나스르(Nasr)를 시험발사하기도 했다.
강대국의 핵무기 경쟁 고조는 국제사회의 NPT 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NYT는 “NPT에서 핵무기 보유가 허용된 국가는 미국과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등 5개국 뿐이고 NPT는 핵실험은 물론 핵무기 개량도 금지하고 있다”며 “하지만 NPT 체제가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생각하는 국가는 전세계에 아무 데도 없다”고 지적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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