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성 은행장 영광 누려 행운
여성 리더 꾸준히 나와야”
은행권 임원 여풍 최근엔 잠잠
지난 2013년 국내 최초로 여성 은행장 자리에 오르며 금융권의 두꺼운 ‘유리천장’을 깬 상징으로 여겨졌던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이 27일 3년 임기를 마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권 행장은 이날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대강당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1978년 은행에 들어와 거대 조직을 이끄는 최고경영자(CEO) 자리까지 강산이 네 번 바뀌는 시간이 흘렀다”며 “기업은행은 제 인생의 전부였고 은행원의 삶 역시 저에겐 천직이었다”고 39년 은행 생활의 소회를 밝혔다. 그는 “3년 전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은행장으로 임명되는 영광을 얻은 저는 기업은행에서 더할 나위 없는 행복과 행운을 누린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권 행장은 대학 졸업(연세대 영문학과) 당시 기자와 영어교사, 은행원의 세 가지 길을 놓고 고민하다 기업은행에 입행, 늘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성공가도를 달렸다. 2013년 12월 은행장 자리에 오르며 1988년 대한천일은행 설립 후 114년 국내 은행 역사상 최초의 여성 은행장으로 기록됐다. 한때 권 행장을 계기로 다른 은행에서도 잇따라 여성 임원이 배출되며 보수적인 은행권에 ‘권선주 효과’를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이임식 후 권 행장은 “여성으로서 일과 가정 생활을 병행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동료들 덕에 직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여성 리더가 꾸준히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당분간 제2의 권선주를 기대하기 어려울 거란 전망이 많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에 불던 여풍이 최근 상당히 잠잠해져 당분간은 반짝 유행에 그칠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은행권 여성임원 비율은 5% 안팎으로 알려졌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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