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 20년차인 A씨는 올 1~2월 남편 차에 달아둔 도청장치에서 결정적 물증을 확보했다. 남편이 직장 동료 여성 B씨와 불륜을 저지르며 성관계까지 맺은 정황이 고스란히 담긴 대화 녹음이었다.
A씨는 녹음파일을 증거 삼아 “혼인관계를 파탄냈으니 정신적 고통을 배상하라”며 B씨를 상대로 3,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B씨도 물러서지 않고 맞소송을 냈다. A씨가 몰래 녹음한 불법 증거를 무기로 자택을 찾아오거나 자신의 남편에게 연락해 만날 것을 요구하는 등 사생활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역시 3,000만원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7단독 한소희 판사는 비밀리에 녹음됐더라도 민사소송에서 증거능력을 부정할 순 없다고 판단하며 아내 A씨의 청구액 모두를 위자료로 지급하라고 B씨에게 주문했다. 한 판사는 “B씨는 상대가 배우자가 있는 자임을 알면서도 부정행위를 해서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하고 A씨에게 정신적 고통을 줬다”고 인정했다. “A씨의 의부증으로 2013년경 이미 둘의 혼인관계는 파탄난 상태였다”는 B씨 주장은 근거 부족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다만, 한 판사는 A씨에게도 “남편의 불륜 증거 수집 목적으로 공개되지 않은 대화내용을 두 차례 녹음한 것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라며 B씨에게 위자료 50만원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B씨가 불륜을 저질러 먼저 원인 제공을 한 사정 등이 고려됐다. B씨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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