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명한 핵심 각료 후보자 4명에 대한 상원인준 청문회 전망이 불투명하며, 일부는 낙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워싱턴 정가에 확산되고 있다. 여당인 공화당(52석)이 다수당이어서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렉스 틸러슨(국무), 제프 세션스(법무), 스티븐 므누신(재무), 제임스 매티스(국방) 지명자의 경우 각각의 결격 사유 때문에 공화당 일부 의원 혹은 민주당의 적극적인 비토 가능성이 전망되기 때문이다.
26일 워싱턴포스트와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틸러슨 지명자는 친 러시아 인사라는 점이 걸림돌로 꼽힌다. 2006년부터 석유메이저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그의 친러 성향은 익히 알려졌지만, 최근 더욱 심각한 유착관계가 확인됐다. 워싱턴포스트는 독일의 쥐드 도이치 짜이퉁 신문을 인용, 틸러슨이 조세피난처인 바하마에 본사를 둔 미ㆍ러 합작 석유회사를 운영 중인 사실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국무장관이 외국과 깊은 경제적 이해관계를 공유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 청문회 과정에서 부각된다면,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제프 플레이크(애리조나), 랜드 폴(켄터키) 의원 등이 공화당의 찬성대결에서 이탈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들 3명이 반대표를 던지고 민주당이 전원 반대할 경우 반대(51표)가 찬성(49표)보다 많아지게 된다.
세션스 법무장관 지명자는 과거 인종차별 언행으로 연방판사 인준이 거부된 점이 취약점이다.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때인 1986년 연방 지방법원 판사로 지명됐으나, 상원 법사위 청문회에서 동료들의 인종차별 증언이 잇따르면서 인준이 거부됐다.
세션스 지명자가 현직 상원의원인 만큼 ‘친정’인 공화당 의원들의 배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러나 인종차별 이슈가 부각될 경우, 척 그래즐리(공화ㆍ아이오와) 법사위원장이 태도를 돌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워싱턴포스트는 30년 전의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세션스 지명자가 일찌감치 의회 내부의 여론정지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므누신 재무장관 지명자는 월가 인사로서 거액의 재산 축적과정에 대한 검증에서 도덕성에 치명타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정권에 상처를 주기 위해 최소한 1, 2명 각료의 낙마를 벼르고 있는 민주당도 므누신을 핵심 타깃으로 삼고 있다. 골드만삭스에 근무하던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주택담보대출업체 인디맥을 인수해, 무차별적인 차압과 서류 위조, 인종차별 대출 등으로 큰 돈을 모았기 때문이다. 엘리자베스 워런(민주), 버니 샌더스(무소속) 상원의원 등 평소 월가 개혁을 외쳤던 의원들이 므누신 내정자의 저격수로 활동할 것으로 보인다.
매티스 지명자는 공화당뿐 아니라 민주당으로부터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국방장관의 경우 ‘전역 후 7년이 지나야 장관에 오를 수 있다’는 인사 규정의 예외를 상ㆍ하원에서 별도 입법을 통해 인정해야 한다는 점이 변수다. 커스틴 길리브랜드(민주) 의원 등 일부가 특별법 제정에 반대한다면 사병에서 4성 장군에 오른 입지전적인 매티스 지명자의 국방장관 꿈은 무산될 수 있다.
한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진영이 내년 초부터 진행될 인준 청문회를 앞두고 공보 인력을 대폭 보강하는 등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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