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찬성표 행사에 결정적 역할
삼성-최순실 200억대 계약 대가성 의심
洪 26일 피의자 조사… 文 27일 소환
김기춘ㆍ조윤선 등 동시다발 압수수색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죄 수사와 관련해 문형표(60)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60)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삼성이 최순실(60ㆍ구속기소)씨 측과 맺은 200억원대 지원계약의 대가로 지목된 국민연금의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찬성’과 관련, 두 사람이 결정적 역할을 한 정황이 다수 포착된 데 따른 것이다.
26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특검팀은 최근 최광(69) 전 이사장으로부터 “지난해 7월 국민연금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표를 던질 때, 이사장이었던 나는 의사결정에서 배제됐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그는 “석 달 뒤 이사장직에서 쫓겨날 때 (정진엽) 복지부 장관의 월권행위도 있었다”고도 진술했다. 청와대 등 ‘윗선’의 부당한 외압이 있었음을 시사한 것이다.
최 전 이사장은 특히 국민연금의 찬성표 행사와 관련, 홍 전 본부장의 업무상 배임 혐의를 뒷받침하는 자료도 특검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맞물려 작년 삼성의 최대 현안이었다. 하지만 합병이 이뤄지면 국민연금에는 3,000억원대 손실이 예상됐던 터라 의결권 전문업체들은 반대를 권고했다. 그럼에도 국민연금은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건너뛴 채 투자위원회만을 열어 찬성을 결정, 결과적으로 삼성에 도움을 줬는데 이를 주도한 인물이 홍 전 본부장이었다.
특검팀은 이와 관련, 문형표 전 장관(현 국민연금 이사장)이 외압을 행사한 사실도 확인했다. 복지부 간부인 A씨는 최근 특검 조사에서 “문 장관이 ‘삼성 합병에 국민연금이 찬성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규철 특검보는 “문 전 장관은 직권남용 혐의를 받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 문 전 장관과 김진수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의 자택을 압수수색 했으며, 홍 전 본부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밤 늦게까지 조사했다. 문 전 장관도 27일 오전 소환 조사키로 했다. 특검팀은 이들의 배후에 삼성의 청탁을 받은 최씨와 청와대 인사들이 있다고 보고 있으며, 박 대통령도 관련 내용을 보고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아울러 특검팀은 이날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등과 관련, 김기춘(77)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주거지와 조윤선(50)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자택ㆍ집무실 등 10여곳에 대해서도 동시다발 압수수색을 벌였다. 문체부 기획조정실과 예술정책국, 콘텐츠정책국 등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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