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방 신문’ 증언 효력 있나
청문회보단 의원 면담에 가까워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국정조사특위가 26일 구치소에 수감 중인 최순실씨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 대해 비공개 ‘감방 신문’을 벌였으나 이 증언의 효력을 두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장 청문회 불발에 따라 시도한 이날 비공개‘감방 신문’에서 이들의 증언이 거짓으로 드러날 경우 위증죄를 적용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1997년 구치소에서 진행된 한보 정태수 회장 청문회 사례처럼 국회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청문회를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날 구치소 수감동 내에서 이뤄진 비공개 심문은 카메라로 촬영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녹음은 물론 속기사조차 없이 진행됐다. 신문을 진행한 의원들의 기억과 메모만 남아 있는 것이다. 또 청문회 증언에 앞서 실시되는 증인 선서도 없었다. 청문회라기 보다 의원들의 면담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청문회 발언에 준하는 효력이 발생하기 어려워 거짓 진술을 한 게 드러나도 위증죄 처벌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남부구치소에서 정 전 비서관과 안 전 수석을 대상으로 비공개 신문을 진행한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두 분이 현장에서 선서를 안 했기 때문에 이날 증언이 진실로 담보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최씨를 비롯해 정 전 비서관, 안 전 수석 등 핵심 주범 3인방이 그간 청문회장에 나오지 않고 버틴 것도 이 같은 위증죄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위증죄가 드러나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청문회장에서 의원들의 질문을 피해 나간 검찰 출신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 수석과 달리, 이들은 법률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특위 위원들의 전방위적 질문을 받아 넘기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 핵심 주범 3인방은 지난 7일 2차 청문회와 22일 5차 청문회에 이어 이날까지 총 3차례나 청문회 증인석에 서지 않았다. 앞서 공황장애와 심신 피폐 등 건강상 이유로 청문회에 불참했던 최씨는 이날은 특검 수사와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버티다 결국 비공개 신문에만 응했다.
이들이 구속 수감 중인 상태라 신변 압박에 대한 부담이 적은 것도 버티기 요인으로 꼽힌다. 전 국민을 상대로 대역죄인 취급을 받아 이미 구속된 마당이어서 굳이 청문회장까지 나와 따가운 대중의 시선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의 핵심 당사자로 지목된 김 전 비서실장이 청문회에 응하고 온 국민이 ‘현상수배’까지 내걸었던 우 전 수석이 도피 논란 속에 5차 청문회에 뒤늦게 출석한 것과는 대비되는 대목이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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