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광렬 차병원그룹 총괄회장 일가가 연구 목적으로 기증된 제대혈을 무단 투여한 사실이 보건당국 조사로 확인됐다.
2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차 회장과 부인 김모씨, 차 회장의 부친 차경섭 명예이사장은 지난해 1월부터 분당차병원에서 제대혈 주사를 맞았다. 투여 횟수는 차 회장 3회, 부인 2회, 차 이사장 4회로 조사됐다. 세 사람은 분당차병원이 질병관리본부 승인 아래 지난해부터 진행 중인 ‘항노화 제대혈 임상연구’ 대상자가 아닌데도, 이 연구를 위해 산모들이 기증한 제대혈을 보양 및 미용 목적으로 불법 시술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분만 당시 탯줄이나 태반에 존재하는 혈액인 제대혈은 혈액이나 세포를 생성하는 줄기세포가 풍부하게 들어있다. 제대혈은 산모의 동의를 거쳐 신생아 또는 가족의 질병 치료를 위해 제대혈은행에 보관되거나 연구ㆍ치료 목적으로만 기증될 수 있다. 이러한 규정을 벗어난 제대혈 주사 시술은 불법이지만, 현행법상 주사를 놓은 의료인만 제재 대상이고 주사를 맞은 차 원장 일가는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 복지부는 제대혈법 및 의료법 위반으로 차병원에 대해 경찰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복지부 조사 결과 분당차병원은 제대혈 임상연구를 진행하면서 제대혈 주사를 투여받을 수 있는 연구 참여자 160명 중 48명(30%)을 차 회장의 친척이나 지인으로 충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룹 총수 일가와 가까운 사람들에게 특혜를 제공한 셈이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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