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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명 vs 성분명… 약 처방 방식 놓고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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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명 vs 성분명… 약 처방 방식 놓고 공방

입력
2016.12.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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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 성분명 처방 의무화 성명

복제약 등 저렴한 약 선택 가능

약값 부담 줄고 환자 편의 개선

의사, 현행대로 제품명 처방 주장

의사 고유 권한인 처방권 침해

재고약 처분 등 악용 우려도

의약품 처방전에 ‘제품명’ 대신 ‘성분명’을 써야 한다는 약사들의 주장에 의사들이 반대하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 각자 ‘의료비 부담 절감’ ‘국민 건강권 보호’ 등 공적 명분을 앞세우지만, 의약계 전반의 사정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해결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성분명 처방은 의사가 발급한 처방전에 적힌 성분에 따라 환자와 약사가 동일 성분의 약품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오리지널 약과 상대적으로 싼 복제 약 중 선택할 권리를 부여하자는 것으로, 영국 독일 프랑스 미국 등에서 널리 시행되고 있다.

약사 측의 성분명 처방 시행 주장에 불을 댕긴 것은 건강보험공단 산하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의 여론조사 결과였다. ‘2016년도 건강보험제도 국민인식 조사’라는 제목으로 최근 공개된 이 연례조사에서 연구원은 처방 방식 선호도를 묻는 항목을 처음 포함시켰는데, 처방전에 약 성분을 기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응답이 53.6%로 현행 제품명 처방 방식(19.0%)을 크게 앞섰다.

대한약사회는 이를 근거로 20일 보건당국에 성분명 처방 의무화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보다 저렴한 약제 선택이 가능해 환자의 약값 부담이 줄고 특정 의약품을 구비하지 않은 약국에서도 조제가 가능해 환자 편의가 개선될 것이란 논리다. 여기에 건강보험에서 지출되는 진료비 중 26% 가량이 약품비로 들어가는 현실에서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약사회는 “성분명 처방을 우선 공공의료기관에서 시범 시행하고, 장기적으론 법 개정을 통해 의무화하자”고 주장했다. 현행 법령(의료법 시행규칙)은 의사가 처방전에 성분명과 제품명 모두 기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성분명 처방만 가능하도록 법을 고치자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는 곧장 맞불을 놨다. 의협은 23일 성명에서 “의사 고유 권한인 처방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의약분업 원칙을 파기하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국민 선택권을 보장하려 해도 약국이 모든 복제 약을 구비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결국 약사가 특정 복제 약을 강요하거나 재고 약을 처분하는데 제도를 악용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의협 관계자는 “국내 복제 약 개발 및 시판승인 과정을 보면 오리지널 약을 대체하기엔 무리”라고 주장했다. 의협은 “국민 편익을 증진하려면 의료기관에서 진료는 물론 약품 처방ㆍ조제까지 원스톱으로 진행하는 것이 낫다”고 역공을 폈다.

보건당국은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료 선진국을 보면 성분명 처방만큼이나 제품명 처방을 시행하는 곳도 많아 제도 자체의 우월성을 따지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선 이번 논쟁의 순수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의료계 관계자는 “제약업체가 제공하는 리베이트가 이번 다툼의 본질 중 하나”라며 “약품 선택권이 결국 리베이트로 이어지는 만큼 이를 가져오려는 측(약사)과 지키려는 측(의사)이 양보 없이 맞서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분명 처방이 국민 의료비 부담 경감이라는 취지를 살리려면 의료체계 개선이 선결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학과 교수는 “복제 약이 오리지널 약에 비견할 안전성과 효능을 갖추려면 그 인증절차인 생물학적동등성(생동성)시험이 보다 투명하고 권위 있게 진행돼야 한다”라며 “보건당국이 가격과 효능에서 경쟁력 있는 품목들을 선별해 성분명 처방 가능 의약품 목록을 제시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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