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환율 연초 대비 6.8% 급등
수출엔 도움 되지만 자본유출 가속
외환보유액 5년 만에 최저 수준
中, 대형 M&A 금지 등 진화 부심
세계 경제를 견인해 온 중국이 위안화 가치 폭락과 급격한 자본유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환율은 달러당 7위안 문턱에 다다랐고, 외환보유액은 3조달러 붕괴가 임박했다.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두 지표가 붕괴될 경우 그 여파는 적지 않을 전망. 그간 의연한 태도를 보여온 중국 당국도 대책을 쏟아내며 진화에 나서고 있다.
26일 중국 인민은행 산하 외환교역센터에 따르면 위안화 환율은 연초(1월 4일ㆍ달러당 6.5032위안)이후 이날(6.9459위안)까지 6.8% 치솟았다. 그만큼 미국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가 떨어졌다는 얘기다. 특히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직후인 16일에는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6.9508위안까지 올라 역대 최고점을 찍었다. 구자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부분의 시장 참여자가 내년에도 위안화 약세를 점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HSBCㆍBNP파리바 등 해외 투자은행(IB) 10여곳의 내년 1분기 평균 위안화 환율 전망치(달러당 7.01위안)는 7위안선을 넘는다. 내년 2ㆍ3분기 평균 전망치도 각각 달러당 7.10위안과 7.15위안에 달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후보가 대통령 선거에 당선된 후 시작된 달러 강세에다, 미국이 내년 적정 금리인상 횟수를 기존 두 차례에서 세 차례로 늘리는 등 금리인상 변수까지 더해진 탓이다.
통화 약세는 일반적으로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때문에 수출국가들에겐 긍정적인 측면이 적지 않다. 이상원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위안화 절하 효과로 중국 수출의 마이너스 폭은 올해보다 축소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가파른 약세를 중국 당국이 용인하는 데는 트럼프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힌 만큼 사전에 위안화 가치를 충분히 낮춰 환율조작국이 되더라도 환율 불이익을 최소화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가파른 통화 약세는 해당 통화에 대한 불안감을 높이고 국가 신인도를 떨어트려 자본유출을 불러온다. 중국 내 자본유출 규모는 상반기 분기별 평균 1,275억 달러에서 3분기 1,527억 달러로 확대되는 추세다. 수출 진작 효과에도 중국 당국이 내년 9월까지 중국 기업의 100억 달러 이상 인수합병(M&A)을 금지하는 등 자본유출 단속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의 가장 큰 무기 중 하나인 외환보유액(3조515억달러ㆍ11월 기준) 역시 2011년 3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위안화 환율 방어를 위해 중국 인민은행이 보유한 달러를 매도해 위안화 매수에 나선 탓이지만 최근엔 중국 내부에서조차 3조 달러 붕괴가 시간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서 21일 홍콩 언론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국영 투자은행인 중국국제금융공사(CICC) 애널리스트의 말을 빌려 “12월 안에 외환보유액이 3조 달러를 밑돌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심리적 저항선으로 꼽히는 환율(달러당 7위안)과 외환보유액(3조 달러)이 함께 무너질 경우 상당한 후폭풍을 불러올 수 있다. 당장 외환보유액이 크게 줄었던 2015년 8월ㆍ2016년 1월(각각 939달러ㆍ1,079억달러 감소) 중국 주식시장이 12.5%, 22.6% 폭락한 것처럼 금융시장 불안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연구위원은 “자본이탈 압력이 커지면서 내년 경제성장률이 중국 정부 목표치(6.5%)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며 “중국의 구매력 감소로 인한 원자재 가격 회복 제약, 원자재를 수출하는 신흥국 경기 침체 등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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