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ㆍ강진, 지역 경제활성화 위해
31일~1월 1일 일출제 열기로 결정
농가들 “돈 벌자고 농민 죽이나” 반발
“솔직히 해넘이 행사는 안 하는 게 좋기는 하죠. 그런데….”
26일 오전 전남 여수시의 한 관계자는 연말연시를 맞아 해넘이 해맞이 행사를 개최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끝을 흐렸다.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을 휩쓸고 있는 판에 대규모 관광객들이 몰리는 행사를 여는 게 적잖이 신경이 쓰였던 것이다. 잠시 후 그는 “사실 관광객 유치나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행사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사상 최악의 AI 영향으로 전국적으로 예정된 해넘이 해맞이 행사가 잇따라 취소되고 있는 가운데 전남도내 일부 자치단체들이 해넘이 행사를 강행키로 해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 지자체들은 관광객 유치 등을 행사 개최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일각에선 “AI가 더 확산되면 책임을 질 수 있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26일 전남도에 따르면 도내 22개 시ㆍ군 중 31일부터 내년 1월 1일까지 해넘이 해맞이 행사를 열겠다고 밝힌 곳은 여수와 강진 등 2곳. 여수시는 31일부터 내년 1월 1일까지 돌산읍 금오산 언덕배기에 위치한 향일암에서 일출제를 개최한다. 매년 해맞이 행사에 4만여명이 몰리는 향일암 일출제에 올해는 4만 5,000여명의 관광객이 찾을 것으로 시는 예상하고 있다. 시는 향일암 외에도 돌산공원, 거문도와 백도, 오동도, 만성리 검은모래해변 등 26곳에서 일출제를 동시 개최할 계획이다.
강진군도 강진읍 보은산에서 해맞이 고천제 행사를 열 예정이다. 군은 대신 마량 해맞이 행사 등 4개 일몰ㆍ일출 행사는 AI 확산을 우려해 취소했다. 고병원성 AI의 위기경보가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상향 조정되면서 해남(땅끝)과 장흥(정남진) 등 다른 자치단체들이 AI 확산 예방 차원에서 행사를 취소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여수시와 강진군은 행사 기간 AI 확산 방지를 위해 행사장에 방역 차량을 배치하고 관내 전 가금류 및 관련 축산차량 일시 이동 중지 등 방역 대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들 자치단체가 해넘이 행사 강행 입장을 굽히지 않은 데는 ‘돈’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말연시 해넘이 해맞이 행사로 인한 특수(特需)가 쏠쏠하다는 것이다. 실제 여수시는 2015년 향일암 일출제에 2만5,000명의 관광객이 찾아와 30여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냈다고 밝혔다. 시는 올해엔 아예 해넘이 행사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전문업체에 용역까지 맡긴 상태다. 여수시 축제팀 관계자는 “AI가 확산하고 있지만 여수지역은 가금류 사육농가가 상대적으로 적은데다가 행사가 열리는 돌산지역은 대규모의 가금류 농장이 없어 행사를 열게 됐다”며 “철저히 방역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AI 직격탄을 맞은 닭과 오리 사육 농가들의 반응은 격앙돼 있다. 농가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축산 농민들의 아픔을 외면한 채 돈 몇 푼 벌자고 행사를 여느냐”는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강진 경계지역인 장흥군 군동면에서 축사를 운영하는 김모(59)씨는 “AI 때문에 나라 전체가 난리고, 강진에선 고니가 감염 매개체로 확인됐는데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해맞이 행사를 한다는 게 말이 되냐”며“해맞이 행사로 청정지역인 장흥지역에 피해를 입히면 모든 책임을 다 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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