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대전에서 세종시로 둥지를 옮긴 A씨는 이른바 세종호수공원 마니아다. 세베리아라고 불릴 정도로 편의ㆍ휴식 공간이 부족했던 세종시에서 호수공원은 주말이나 여유가 있는 평일 저녁 가족과 함께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었다. 일부 편의시설이 부족하긴 하지만 여름이면 아이들은 인공모래섬에서 물놀이를, 아내와는 수상레저를 즐긴다. 집에서 단촐하게 싸온 도시락까지 먹고 나면 반나절이 금방 지나간다. A씨는 “막상 세종시로 이사와 보니 갈 곳이 없고, 대전이나 청주로 나가는 것도 부담스러웠다”며 “호수공원은 겨울을 제외하곤 우리 가족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라고 말했다.
개장 4년을 맞은 세종호수공원이 ‘국내 최대 인공호수’라는 명예에 걸맞게 새해부터 대대적인 인프라 확충에 나선다. 세종시는 내년 1월 호수공원TF팀을 출범시키는 등 호수공원을 명실상부한 국내 굴지의 명소로 만들기 위한 야심찬 마스터플랜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2013년 개장한 세종호수공원의 총면적은 70만5,769㎡, 호수 면적은 32만2,800㎡이다. 담수량은 50만8,000톤, 평균 수심은 1.5m 가량 된다. 규모로는 종전까지 전국에서 가장 크던 일산호수공원의 1.1배로 연간 운영관리비만 20억원에 이른다. 녹지ㆍ기타시설이 78.6%를 차지하며, 도로와 광장, 관리시설, 조경시설, 교양시설, 편익시설, 휴양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희망ㆍ축제분수 등 볼거리는 물론, 가족이 편안히 즐길 수 있는 수상레저시설 등을 두루 갖춰 가족 나들이, 연인의 데이트코스, 산책 등 장소로 안성맞춤이다. 이 곳에선 또 지난 4월부터 11월까지 42건의 문화공연프로그램이 운영됐다. 무대섬(630여석)을 활용한 공연이 대부분이며, 월별로 각종 체육행사와 캠페인 등도 진행됐다.
호수공원이 명소로 떠오르면서 이용객도 2014년 40만7,850여명에서 지난해 42만8,240여명, 올해 44만여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세종시 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호수공원에는 개장 초반 신도심 주민이 주로 찾았지만 최근에는 주말이면 대전과 청주 등 인근 지역 주민들까지 오고 있다”고 말했다.
호수공원은 세종시 문화관광벨트의 중심이기도 하다. 북쪽으론 대통령기록관과 정부세종컨벤션센터, 국립세종도서관이 이미 들어서 있다. 남쪽으론 도시상징광장(2018년)과 중앙공원(2019년), 국립수목원(2021년), 국립박물관단지(2024년)이 들어설 예정이다.
호수공원이 도시의 성장과 함께 세종시의 명소로 자리잡고 있지만 아쉬운 점도 많다. 세종시가 지난 9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진행한 호수공원 만족도 조사 결과, 그늘진 휴게 공간을 만들어 달라는 시민들의 요구가 가장 많았다. 어린 나무를 잔뜩 심은 데다 그늘막 시설도 부족해 한여름에는 뙤약볕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차장과 매점, 음식점, 휴지통, 카페, 화장실, 야간조명, 안전관련시설 등이 부족하다는 답변도 많았다. 지난 8월에는 세종호수공원에서 말풀을 제대로 제거하지 않은 채 트라이애슬론대회의 사전 행사로 동호인 수영대회를 열었다가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세종시는 결국 수영대회는 물론, 트라이애슬론대회를 폐지했다.
세종시는 시민만족도 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호수공원의 접근성과 시설이용, 수질관리 등 전반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한국도시설계학회에 의뢰해 내년 1월까지 호수공원의 특화 및 편의증진방안 용역을 진행 중이다. 도시설계학회는 지난 10월 말 열린 중간용역보고회에서 공원 동서남북으로 비즈니스파크와 문화콤플렉스, 도시경관 등 주요 축을 설정하고, 각종 시설을 배치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주차장과 관리시설, 매점 보완 및 관광종합안내소와 농특산물 홍보관 설치, 물놀이섬 내 빙상장 도입, 카페와 레스토랑, 전시시설 기능을 추가한 문화휴게복합시설 운영 등 세부 방안을 내놨다. 수상데크존 인근에 생태공원과 캠핑장을 조성하자는 방안도 제시했다.
시민들도 온라인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호수공원에 번지점프장과 어린이 특화 놀이터공간, 스마트모빌리티 전용도로, 이색 자전거 설치, 전망대, 이색 불꽃축제를 도입하자는 등 다양한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호수공원을 자주 찾는다는 신도심 한 주민은 “호수공원이 처음 개장할 때보단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가족이나 친구들과 휴식을 즐기기엔 아직 부족한 면이 많은 것 같다”며 “전문가와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호수공원을 잘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동영 세종시 행정도시지원과장은 “내년 1월 중 호수공원 TF팀을 꾸리고, 용역 결과를 토대로 마스터플랜을 마련한 뒤 이를 행복청과 협의해 공원조성변경계획에 반영해 본격적인 인프라 리모델링에 나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노 과장은 “현재까지 호수공원은 사실상 신도시 유일한 휴양레저시설”이라며 “각계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 호수공원을 전국 최고의 명품 휴식 시설로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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