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4000억달러 감세 계획 두고
“경제성장률 4% 가정 비현실적”
‘부두 이코노믹스’ 진단 잇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내건 핵심 경제정책이 성과는커녕 심각한 부작용을 낳는 ‘부두 이코노믹스’(Voodoo Economicsㆍ유령 경제) 신세에 빠질 위험이 큰 것으로 진단됐다.
워싱턴포스트는 25일 트럼프 당선인의 세제개혁 방안을 집중 분석한 뒤 ‘부두 이코노믹스’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결론 내렸다. ‘부두’란 미국 흑인들의 토속ㆍ주술 신앙인데, ‘부두 이코노믹스’는 허황된 주술처럼 세율을 낮춰 성장률을 높이면 경제규모가 훨씬 더 커져 오히려 조세수입이 증가할 것이라는 ‘공급중시 경제학’을 경멸조로 지칭하는 용어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당선인이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이래 가장 획기적이고 자랑스러운 계획’이라고 자부하는 감세 계획이 심각한 후유증만 낳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향후 10년간 총 4조4,000억달러(5,300조원) 규모의 감세 조치를 취할 것이며, 그렇게 하더라도 연방정부의 재정적자가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미국 경제성장률이 4%까지 상승하면, 세율이 낮더라도 전체 조세수입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다. 유명 TV경제 해설가이자 트럼프 당선인이 경제자문 위원으로 고려 중인 래리 커드로도 “성장문제가 해결되면 재정적자도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며 “중소기업에 대해 강력한 감세가 이뤄지면 미국 경제가 5% 성장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공화당 경제학자들도 허황된 구상이라고 비판했다. 조지 W.부시 전 대통령 시절 경제자문 위원을 활동했던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4% 경제성장률은 대단한 목표이기는 하지만 달성하기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여성 인력의 추가 투입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과거보다 앞으로의 경제성장 전망도 어둡다”고 말했다.
레이건 행정부에서 회계관리국(OMB) 수장을 지낸 데이빗 스톡맨도 “레이건 시절에는 연방부채가 1조달러, 국내총생산(GDP)의 31%로 감내할 만한 수준이었지만 지금 부채규모는 64조 달러에 달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감세 정책은 무모한 실험”이라고 우려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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