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을 예수 그리스도에 빗댄 크리스마스 성명을 냈다가 호된 비판에 휘말렸다.
공화당 전국위원회(RNC)가 라인스 프리버스ㆍ샤론 데이 공동의장 명의로 25일 발표한 성명서는 “약 2,000년 전 새로운 희망이 이 세계에 태어났다. 그는 전 인류의 구원을 약속할 구세주였다”며 “모든 미국인이 오늘을 축복하고 가족과 친구 사이의 우정을 다지는 날이 되길 바란다”고 크리스마스를 축하했다. 문제는 “3인의 현자(동방박사)가 그날 선언했듯이, 오늘 크리스마스에도 새로운 왕의 탄생이라는 좋은 소식을 축하할 때가 됐음을 알린다”는 부분이었다.
민주당 지지자와 진보성향 언론인ㆍ트위터 이용자들은 ‘새로운 왕’이 사실상 2017년 1월 트럼프 당선인을 지칭하는 것이며, 공화당이 트럼프 당선인을 예수 그리스도에 빗댔다고 봤다. ‘비즈니스인사이더’의 정치전문 편집위원 조시 배로는 “그들이 정말 트럼프를 구세주에 빗대는구나”라고 한탄한 뒤 “침착하라. 어쩌면 트럼프가 아니라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을 가리키는 걸 수도 있겠다”고 비웃었다. 반면 ‘인디펜던트저널리뷰’의 전 편집위원인 저스틴 그린은 “매년 크리스마스마다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기독교식의 표현일 뿐 정치적 해석은 과하다”고 반박했다.
논란이 커지자 션 스파이서 공화당 대변인은 CNN에 “이건 이야깃거리도 아니다. 기독교인들에게 그리스도는 왕이나 마찬가지다”라며 ‘새로운 왕’은 오로지 예수를 가리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런 성스러운 날을 정치화하는 것은 슬프고 실망스런 일”이라고 덧붙였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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