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3년 이후 14년 가까이 최고 4,500만원에 묶여 있던 자동차 사망사고 보험금 한도가 내년부터 8,000만원으로 높아진다. 보험사 표준약관에 정해진 사망 보험금 한도가 그간 높아진 소득수준은 물론, 법원이 인정하는 위자료(최고 1억원)에 한참 못 미친다는 지적을 반영한 조치다.
금융감독원은 내년 3월부터 이런 내용을 담은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개정안을 시행한다고 26일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우선 자동차 사고 사망자에게 지급되는 보험금 한도(60세 미만)가 최대 4,5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오른다. 60세 이상은 4,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올린다. 그간 보험사들은 표준약관을 근거로 4,500만원에 못 미치는 보험금을 제시한 뒤, 유족들이 법원 위자료 판례 등을 이유로 반발해 소송을 제기하면 뒤늦게 예상 판결액의 70~90% 수준에서 합의금을 지급해 왔다. 개정 표준약관에선 장례비도 1인당 3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인상되며, 후유장해 위자료 산정 기준도 상향된다.
교통사고 입원 간병비 기준도 손질됐다. 지금은 사고로 사지 완전마비 판정을 받아야만 간병비가 지급됐지만 앞으로는 간병인이 필요한 중상해자(상해등급 1~5등급)도 간병비(일용근로자 임금 기준ㆍ8만2,770원)를 보장받을 수 있다. 특히 함께 교통사고를 당한 부모가 중상해를 입었을 경우, 7세 미만 유아는 상해급수와 관계없이 최대 60일까지 별도로 입원 간병비를 받을 수 있다.
교통사고를 당한 피해자가 일을 하지 못할 때 지급하는 ‘휴업손해액’은 수입의 80%에서 85%로 높인다. 대신 실제 수입이 줄었다는 사실을 증명한 경우에만 보험금이 지급된다.
또 최근 법원 판례를 고려해 음주운전 차량에 탔다가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에겐 보험료를 40% 깎아 지급하기로 했다.
다만 사망 보험금 기준 등이 상향되면 앞으로 자동차보험료가 오를 수 있다. 금감원은 “이번 개정안 시행으로 보험료가 1% 가량 인상될 수 있다”고 추산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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