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 동의에도 통일부가 신고수리 거부
이재명 성남시장 “끝까지 비정상 정부”
경기 성남시가 내년 10ㆍ4 남북 정상선언 10주년을 앞두고 추진했던 뮤지컬 ‘금강1894’의 북한 평양 공연이 사실상 무산됐다. 정부의 대북 강경기조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성남시는 북한 민족화해협의회와 ‘금강1894’ 평양 공연을 논의하기 위해 사전접촉 신고서를 통일부에 제출하려다 거부 당했다고 26일 밝혔다. 통일부 측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강력한 대북제재와 압박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남북교류는 불가하다는 의견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성남시는 지난달 (사)통일맞이(이사장 이해찬)와 ‘금강1894’의 평양 공연을 북한 민족화해협의회에 제안, 이달 8일 긍정적인 신호를 접수했다. 하지만 통일부는 본격 실무협의에 나서려는 성남시 등의 사전접촉 신고서 수리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꽉 막힌 남북관계를 뚫어낼 소중한 기회가 왔으나 통일부가 사전접촉신고에 대해 아예 ‘수리거부’라는 비법적인 조치로 가로막고 있다”며 “끝까지 비정상 정부”라고 비판했다. 남북교류협력법에는 ‘국가안전보장 등에 위배될 경우 불허할 수 있다’고 돼있을 뿐, 신고서 접수를 거부할 근거는 없는데도 통일부가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통일부는 지금이라도 사전접촉신고를 수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뮤지컬 ‘금강1894’는 지난 2005년 평양 봉화예술극장 무대에 올랐던 가극 ‘금강’의 새로운 버전으로 성남문화재단이 자체 제작했다. 동학농민운동 당시 백성의 삶과 가슴 아픈 사랑, 그들의 한을 감동적인 선율에 얹어 그려냈다.
성남시와 (사)통일맞이는 내년 상반기 또는 10ㆍ4 남북 정상선언 10주년이 되는 내년 10월 4일에 맞춰 이 작품의 북한 재 공연을 추진하기로 하고 지난달 2일 ‘남북교류에 관한 포괄적 협력 이행 협약’을 체결했다. 북한과는 이산가족 관람단의 동반 방북(方北)도 논의한다는 구상이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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