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마법이 OST 업계도 쥐락펴락하고 있다. 이른바 ‘OST 퀸’이라 불리며 음원차트를 호령하던 가수들도 이제 막 반환점을 돈 tvN 드라마 ‘도깨비’ 앞에선 영 맥을 못 추고 있는 모양새다.
26일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의 실시간 차트를 보면 크러쉬 ‘뷰티풀’(3위), 찬열&펀치 ‘스테이 위드 미’(4위), 에디킴 ‘이쁘다니까’(6위), 샘김 ‘후아유’(7위) 등 이 드라마의 OST 수록곡 중 무려 네 곡이 10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줄 세우기에 한창이다. 십센치 ‘내 눈에만 보여’(14위)와 라세 린드 ‘허쉬’(17위) 등 나머지 두 곡의 상승세도 만만치 않다.
약간의 순위 차이만 있을 뿐 다른 주요 음원사이트 7곳(지니뮤직ㆍ벅스ㆍ소리바다ㆍ엠넷 ㆍ네이버뮤직ㆍ올레뮤직ㆍ몽키3)에서도 ‘도깨비’ OST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도깨비’와 함께 올 하반기 최대 기대작으로 꼽혔던 SBS ‘푸른 바다의 전설’의 경우 OST 참여 가수들이 제 이름 값을 못 하는 상황이다.
지난달 16일 이 드라마가 첫 방송을 할 당시만 해도 주연배우 못지 않은 초호화 캐스팅으로 OST 업계에선 ‘제2의 태양의 후예’란 기대를 모았던 게 사실이다. ‘태양의 후예’ OST에 참여하며 올 상반기 음원강자로 군림했던 윤미래, 린을 비롯해 성시경, 이선희, 정엽 등 내로라하는 가수들이 OST에 총출동했다. 하지만 현재 이 드라마의 OST 중 멜론차트 50위권 안에 이름을 올린 곡은 성시경의 ‘어디선가 언젠가’(42위)가 유일하다.
윤미래 ‘그대라는 세상’(64위), 이선희 ‘바람꽃’(76위), 린 ‘러브 스토리’(83위) 등도 상위권과는 멀찌감치 떨어져 고전을 면치 못하는 중이다. 이는 무려 6개월 전 종영한 tvN ‘또 오해영’의 OST 정승환 ‘너였다면’(41위)보다도 낮은 순위다.
물론 이들 OST의 희비는 두 드라마에 대한 엇갈린 평가와 무관치 않다. 한류스타 전지현과 이민호를 내세운 ‘푸른 바다의 전설’이 박지은 작가의 전작 ‘별에서 온 그대’의 후광에 기댄 졸작이란 혹평을 받은 반면 ‘도깨비’는 작가 김은숙의 진화란 극찬을 받으며 시청률도 고공행진 중이다. 실제로 첫 회 6.3%로 출발한 ‘도깨비’의 시청률은 8회 만에 12.3%로 두 배나 껑충 뛰어 올랐다.
업계에선 이미 OST로 재미를 본 가수들이 불과 몇 달 새 화제작에 잇달아 참여하면서 신선함이 떨어진 것도 부진의 이유로 꼽힌다. 윤미래와 성시경은 각각 ‘태양의 후예’와 ‘구르미 그린 달빛’에 이어 올해만 두 번째로 드라마 OST에 참여했다. 린의 경우 지난해 12월 KBS ‘오 마이 비너스’와 ‘태양의 후예’, tvN ‘디어 마이 프렌즈’까지 1년 사이에만 무려 네 작품의 OST에 이름을 올렸다. OST 업계의 단골가수란 말이 나올 만하다.
‘도깨비’ OST의 인기는 OST 업계에선 초보지만 감각적인 음악으로 강력한 팬덤을 지닌 가수들을 대거 참여시켜 트렌디한 느낌을 살린 것도 주효했다. 이 드라마는 국내에선 잘 알려지지 않았던 스웨덴 가수(라세 린드)의 목소리까지 드라마 곳곳에 배치해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OST 업계 한 관계자는 “제작자 입장에선 OST 음원 성적이 이미 검증된 가수들을 참여시켜 안전한 길을 가려고 하는 것”이라며 “참여 가수들의 이름값보다는 작품의 질을 높이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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