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500곳 근로감독 결과
내년부터 상습 기업 명단 공개
서울 강남에 위치한 전시기획업체 A사는 B대학과 산학협력을 체결해 매년 성수기(2, 8월)에 맞춰 인턴을 1명씩 채용했다. 학업에 도움이 되는 실습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였지만 A사는 인턴들에게 서류 분류, 전화 응대 등 직원 보조업무를 주로 맡겼다. 또 약정한 4주 실습 외에 추가로 1주간 일을 더 시키고 휴일근무까지 나오도록 했음에도 인턴들에게 지급한 임금은 교통비 명목의 월 48만원이 전부였다. 고용노동부는 A사의 인턴 채용이 교육훈련보다는 노동력 활용 목적이 크다고 판단, 올해 채용한 인턴 2명에게 최저임금(시간당 6,030원) 미달금액 및 연장근로수당 등 총 243만7,440원을 추가로 지급하라고 시정 명령했다.
인턴 또는 현장실습 명목으로 청년들의 노동력을 가로채는 ‘열정페이’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부는 500개 사업장을 근로감독한 결과, 인턴 및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등 514명에게 지급되지 않은 임금이 1억7,600만원이라고 26일 밝혔다.
고용부에 따르면 인턴 사용사업장 345곳 가운데 59곳에서 437명이 사실상 노동자로 일했음에도 연장근로수당 등 1억6,700만원을 받지 못했다.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사용사업장 155곳 중 22곳도 77명에게 800만원의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 예컨대 서울 관악구의 도시가스관리대행업체 C사는 현장실습시간을 하루 7시간(협의에 따라 1시간 연장근무 가능)으로 정했음에도 하루 9시간의 노동을 시키고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
일반 노동자 대상 근로감독에서도 500개 사업장 가운데 434곳에서 1,484건의 노동관계법 위반 사항이 적발됐는데, 392개 사업장에서 9,409명에게 52억7,000만원의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 고용부가 최근 발표한 근로감독 결과를 종합하면 임금체불액은 총 182억4,700만원에 이른다.
임금체불이 고질적인 문제로 자리잡자 정부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최저임금 미달 및 상습 임금체불 기업의 명단을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프랜차이즈마다 감독 결과를 지표화해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내년 근로감독을 1월부터 조기 시행하고, 열정페이 상시 제보시스템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