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된 댄스 곡으로 ‘뉴웨이브 열풍’ 이끌어
음반사와 갈등, 동성애 커밍아웃 등 투쟁의 삶도
성탄절에 유독 빛나던 ‘별’이 성탄절에 졌다. ‘라스트 크리스마스’로 유명한 영국 팝 스타 조지 마이클이 크리스마스인 25일(현지시간) 옥스퍼드셔주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53세.
마이클의 대변인은 “그가 집에서 편안하게 세상을 떠났다”고 알렸다. 마이클의 오랜 지기이자 매니저였던 마이클 립먼은 미국 연예 매체인 할리우드리포터와의 인터뷰에서 마이클의 사인을 “심부전”이라고 밝혔다. 영국 경찰에 따르면 마이클의 집에서 타살 혐의 등의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마이클은 최근 몇 년 간 건강이 좋지 않았고, 2011년 폐렴으로 위독해져 예정된 공연을 미루고 수술을 받기도 했다.
마이클은 1980년대를 풍미한 세계적인 팝 스타였다. 등장부터 화려했다. 1981년 친구인 앤드루 리즐리와 듀오 ‘왬(Wham)!’을 결성한 뒤 1983년 낸 1집 ‘판타스틱’ 수록 곡 ‘클럽 트로피카나’로 주목 받았다. 마이클은 수려한 외모에 중저음의 목소리로 특히 여성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마이클은 대중적인 감각이 탁월했다. 1950년대 로큰롤 사운드에 1980년에 유행한 전자음악을 버무려 세련되면서도 친숙한 댄스 곡으로 팝 시장의 ‘뉴 웨이브 열풍’을 주도했다. 2집 ‘메이크 잇 빅’(1984)을 내고는 세계적인 아이돌로 거듭났다. ‘케어리스 위스퍼’를 시작으로, 3집 ‘뮤직 프롬 더 에지 오브 헤븐’(1986)에 수록된 ‘라스트 크리스마스’ 등 서정적인 발라드 곡들이 잇따라 큰 인기를 누리며 미국 음악 시장까지 주물렀다. 마이클의 인기는 냉전 시대 중국의 만리장성까지 넘었다. 그는 1985년 중국에서 처음으로 공연한 서양 팝스타였다.
1987년 리즐리와 결별한 마이클은 솔로 활동에서도 인기를 이어갔다. 음악적 성장도 돋보였다. 솔로 1집 ‘페이스’(1988)의 동명 수록 곡에서 그간 시도하지 않았던 흑인 음악의 리듬을 도입한 뒤, 야성적인 목소리를 부각해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페이스’는 미국 그래미 시상식에서 ‘올해의 앨범상’을 받았고, 전세계적으로 2,000만 장이 넘는 판매고를 기록했다. 음악평론가인 김작가는 “마이클은 아이돌에서 아티스트로의 성장을 보여준 드문 사례”라고 의미를 뒀다.
화려한 만큼, 우여곡절도 많았다. 마이클은 1990년 솔로 2집 ‘리슨 위드 아웃 프레주디스’를 낸 뒤 가수로서 위기를 맞았다. 대중성보다 예술적 성과에 집중하면서 음반 제작사 소니뮤직과 마찰이 빚어졌고 법적 계약 분쟁으로까지 번졌다. 6년 여의 긴 공백 끝에 제작사를 드림웍스로 옮겨 1996년 3집 ‘올더’를 냈으나, 옛 인기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마약 관련 구설에 수없이 오르내렸고, 교도소를 들락거리면서 삶은 황폐해졌다. 1988년에는 동성애자로 커밍아웃 하며 세상의 편견과도 싸워야 했다. 김성환 음악평론가는 “마이클은 아티스트로서의 음악적 권리를 위해 대형 음반사에 맞섰고, 동성애자로 세상의 보이지 않는 편견과 싸우는 등 전성기 이후에는 투쟁의 삶을 살아왔다”고 평했다. 마이클의 마지막 앨범은 2014년 낸 ‘심포니카’지만, 그는 올 가을까지 다큐멘터리 영화 ‘프리덤’ 작업을 하며 창작 활동을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성탄절에 들려온 거짓말 같은 부음에 동료 음악인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영국 가수 엘튼 존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가장 친절한 영혼, 훌륭한 예술가이자 사랑하는 친구를 잃었다”고 슬퍼했다. 미국의 팝 스타 마돈나는 “또 한 명의 멋진 아티스트가 우리 곁을 떠났다”며 이별을 안타까워했다. 앞서 올해 영미 음악권에서는 글램록의 창시자인 데이비드 보위를 비롯해 프린스 등 걸출한 음악인들이 잇달아 세상을 떠나 팬들의 안타까움을 산 바 있다.
국내에서도 애도가 이어졌다. 1996년 마이클의 히트곡 ‘웨이크 미 업 비포 유 고 고’를 리메이크한 가수 박진영은 SNS에 “왬부터 그의 모든 솔로 앨범을 사랑했다. 그의 음악 때문에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음에 감사 드린다”고 적었다. 윤종신은 SNS에 마이클의 노래 ‘원 모어 트라이’ 뮤직비디오 링크를 올려 고인을 기렸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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