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범죄수익 입증해야… 공소시효ㆍ은닉 추적 등 난관
독일서 자금세탁 탈세 범죄 규정 땐 해당국 귀속될 수도
최순실(60ㆍ구속기소)씨와 딸 정유라(20)씨 등이 독일 등 유럽 지역에 최대 10조원에 달하는 차명 재산을 은닉한 정황이 드러나면서(본보 22ㆍ23일자 1면) 이를 국고로 환수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독일 사정당국 역시 최씨 일당의 재산 환수를 염두에 두고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씨 등의 재산을 국고로 귀속시키기 위해서는 국내에서 범죄를 통해 빠져나간 점을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
박영수(64) 특별검사팀은 21일 독일에 사법공조 요청을 하면서 최씨 모녀의 재산 동결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최씨 등이 해외 보유한 자산을 범죄수익으로 보고 이를 보전하기 위한 조치를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범죄수익은닉규제법과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등에 따르면 법령을 위반해 한국 및 한국인의 재산을 국외로 이동하거나 국내로 반입해야 할 재산을 국외에서 은닉 또는 처분해 도피시켰을 때는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과 함께 범죄수익의 몰수 및 추징이 가능하다. 이 때 몰수는 형벌이 확정돼야 적용할 수 있고, 결국 최씨 등의 해외 은닉 재산이 불법적으로 국외로 빠져나갔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해외 은닉 자산의 환수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최씨 등이 해외로 재산을 빼돌린 것이 일각의 추정처럼 80년대부터 이뤄진 것이라면 이미 공소시효가 완료됐을 수 있다. 최씨 측의 자산이 독일뿐 아니라 최소한 4개국에 산재해 있어 차명 재산의 추적도 쉽지 않다.
해외로 유출된 범죄수익이 환수된 것은 2012년이 처음이다. 불법 사행성 게임장 업주가 17억원 상당의 범죄 수익을 몽골로 유출해 현지에서 호텔을 건축한 사실이 수사 결과 드러나자 한국 검찰은 몽골 검찰에 이를 환수해 줄 것을 요청했다. 몽골 검찰은 호텔을 압류조치하고 경매를 통해 매각한 뒤 집행 비용 등을 제외한 3억7,000만원을 우리 검찰로 송금했다.
독일 사정당국과 특검팀의 수사 방향에 따라 환수 여부와 규모는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박근혜 대통령의 영애 시절 갑자기 재산을 불린 고 최태민씨의 재산 형성과정까지 거슬러 올라가 그 딸인 최씨 일가의 재산이 부정한 재산임을 밝힐 방침이다. 이를 통해 박 대통령과 최씨 일가 사이의 유착과 공범 관계를 명확히 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윤석열 특검팀 수석 파견검사가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 검증’을 맡았던 정두언 전 의원을 만나고, 재산 추적 경험이 많은 변호사와 역외탈세 조사에 밝은 국세청 간부 출신을 특별수사관으로 채용한 것도 이 때문이다.
독일 수사당국은 셈법이 다를 수 있다. 특검팀이 최씨 등의 자산이 한국에서 빼돌린 범죄수익이라는 점을 규명하지 못하면 현지에서는 최씨 일당의 자금세탁에 따른 탈세 범죄로 규정하고 해당국의 국고로 귀속시킬 가능성이 있다.
결국 최씨 일가의 자산이 어디로 갈 것인지는 특검팀의 성과에 달려있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간부는 “최씨 등의 자산이 국내 범죄수익임을 확정하고 해외로 빠져나간 점까지 입증돼야 독일 등이 국내 환수에 응할 것”이라며 “특검팀의 책임이 막중하다”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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