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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요청에도…2월 추경론 ‘산 넘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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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요청에도…2월 추경론 ‘산 넘어 산’

입력
2016.12.2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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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부 일정보다 빨라질 수도

유일호 “1분기 성장률 본 후 논의”

전망 어두워지면 급물살 가능성

2. 탄핵 심판 등 변수 많아

조기대선ㆍ비박 신당 곳곳 장애물

“내년 추경 못 하는 상황 올 수도”

정치권에서 잇달아 추가경정예산(추경) 요구가 분출하면서, 2017년 역시 ‘추경의 해’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야 모두 어느 정도는 추경에 찬성하고 있어, 접점만 찾는다면 논의는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하지만 정치환경이 변화무쌍한 데다 각 당이 추경을 정쟁의 도구로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있어 경제 상황이 아닌 정치 변수가 추경 여부와 시기, 규모 등을 좌지우지할 거란 우려도 커진다.

더 빨라지는 추경시간표

일단 경제 상황만 보면, 내년에도 지난해와 올해에 이어 3년 연속 추경이 현실화할 환경은 충분히 조성됐다. 국내외 연구기관에서 잇달아 내년 성장률을 2%대 초반 심지어 1%대를 예상할 정도로 사정은 좋지 않다. 기업은 구조조정과 수출부진으로 신음하고 가계는 부채 때문에 소비 여력이 없어, 결국 경제 주체 중 지출을 늘릴 수 있는 여력을 가진 곳은 정부밖에 남지 않았다.

여야를 막론하고 추경 요구가 나온다는 점도 가능성을 높이는 변수다. 이현재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23일 당정 회의에서 “추경을 내년 2월까지 편성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대선 대비용 추경 편성 요구”라고 비판했지만, 당 내부에서는 추경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김진표 의원은 지난 20일 대정부질문을 통해 “1분기 20조원 이상의 추경을 선제적으로 편성해야 수요 부족에 대응할 수 있다”고 주장했을 정도다.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각 정당의 돈 풀기 경쟁이 더 심해질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일단 정부가 기존에 밝혔던 일정보다 추경 시간표는 상당히 당겨질 가능성이 높다. 앞서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분기 상황(성장률)을 지켜보고 추경 편성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는데, 한국은행 1분기 성장률 속보치가 나오는 시점이 4월이기 때문에 유 부총리 말대로라면 빨라도 5월 이후에나 추경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예정이었다. 정치권 요구가 잇따르고 내년 1분기 전망이 더욱 어두워진다면, 1분기 성장률을 보지 않고서도 추경 편성이 가능한 쪽으로 분위기는 돌아설 수 있다.

경제 아닌 정치가 변수

하지만 정치권의 ‘2월 조기 추경론’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일단 효과 문제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추경에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사업을 찾기가 사실상 쉽지 않다”며 “1분기는 예산 집행률을 높이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일정이나 여당 분당 사태에 따라 추경 일정이나 내용 등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는 정부가 6월초부터 추경을 검토하기 시작해 국회에 추경안을 제출한 것이 7월말이었다. 지금부터 시작해도 2월 추경 처리에 일정을 대기 빠듯하다. 이런 상황에서 헌재가 조기에 결론을 내려 정치권이 바로 ‘대선 모드’로 들어가면, 추경은 물 건너 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차기 정부의 몫으로 남는다.

바뀌는 여권 지형도 변수다. 분당에 따른 여당 의석 감소로 당정의 국정 추동력이 현저히 약해진 게 사실이다. 과거처럼 당정 협의에서 여당의 요청이 있다고 해서 정부가 덥석 받아들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또한 비박 신당 창당으로 교섭단체가 4개로 늘면, 추경의 사전 논의 과정이나 사후 처리(국회 의결) 역시 더 번거로워진다. 더구나 추경은 나라의 근간인 재정건전성을 허무는 일인데, 대통령이 아닌 권한대행이 책임을 지려고 할 것인가의 문제도 뒤따른다. 결국 막상 내년이 되면 추경을 빨리 하고 싶어도 못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얘기다. 기재부 관계자는 “추경이 경제 상황이 아니라 정치 논리에 따라 결정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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