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 때
성역 없는 칼날 ‘저승사자’ 불려
친박 ‘당내 개혁’ 의지 보여준 셈
印 “윤리위 원상회복 중요한 일”
대선 후보 확보는 어려운 숙제로
29일 출범하는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는 난파 위기에 놓인 새누리당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10년 전 윤리위원장을 역임하며 문제 의원들을 대거 솎아내 ‘한나라당 저승사자’로 불린 그가 성역 없는 개혁으로 환골탈태를 이끌 것이란 기대에서부터, 최순실 국정농단의 후폭풍으로 결국 불임정당의 한계에 무릎 꿇을 것이란 불안감까지 교차하며 당 안팎의 시선은 복잡하다. 당장 27일 비박계의 집단탈당 규모가 ‘인명진 효과’를 들여다볼 수 있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친박계는 인 목사의 영입이 추가 탈당을 제어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당초 비대위원장으로 함께 거론됐던 김황식 전 국무총리, 조순형 전 의원, 김태호 전 최고위원 가운데 인 목사의 개혁성이 가장 도드라지기 때문에 탈당을 유보하고 있는 범친박 의원들에게 ‘당내 개혁’도 가능하다는 신호를 줬을 것이라는 기대다. 경북의 한 중진 의원은 “예고된 비박계 35명의 집단탈당 숫자가 늘지 않거나 줄어든다면 박근혜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마다 않았던 ‘비박계’ 인 목사의 1차 효험이 입증되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인 위원장도 25일 당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를 통해 “보수 정당은 언젠가는 하나가 되어야 할 것”이라며 추가 탈당 움직임에 견제구를 던졌다.
친박계는 ‘인명진 체제’의 연착륙을 위해 여러 루트로 당 개혁 과제를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균형감 있는 비대위 인선 ▦친박계의 2선 후퇴 ▦당 윤리위 정상화 및 박 대통령 징계에 대한 독립적 판단 중시 ▦조기 대선에 대비한 선제적 친민생 행보 ▦당명 개정 등이 쇄신 과제로 꼽힌다.
친박계 초ㆍ재선 의원 11명으로 구성된 ‘새로운 보수를 위한 4050클럽’ 출범을 준비 중인 원유철 의원은 통화에서 “원외당협위원장과 전문가도 포함시켜 친민생ㆍ친서민의 새 정책과 비전을 새 비대위에 제시하고 대선 전 싱크탱크 역할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3일 친박계 초ㆍ재선 의원 6명은 오찬 회동을 갖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쇄신 방안을 종합해 새 지도부에 전달하자는 뜻을 모으기도 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최순실의 남자들’로 불린 골수 진박(眞朴)의 당무배제로 등 돌린 정통보수층에 읍소하는 것이 첫 과제”라고 진단했다. 인 목사도 이날 “당 윤리위 원상회복이 취임 이후 (해야 할) 중요한 일 중에 하나”라고 했다.
하지만 이러한 개혁 조치로 지지기반을 다시 확보하더라도 ‘친박 새누리당’이 과거 보수정당의 영화를 되찾을지는 미지수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영입에 실패한다면 변변한 대선 후보 없이 대선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정권창출이 요원한 필승 후보의 부재는 곧 정당의 와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당장 정진석 전 원내대표를 포함한 충청권 의원들과 중도 성향의 의원 일부는 다음달 귀국하는 반 총장의 행보에 따라 추가 탈당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당 관계자는 “대선 후보도 못 내는 불임정당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에 당 사무처 내에서도 비주류의 ‘개혁보수신당’행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상현 기자 lss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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