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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박헌영 “최순실, 필요할 때면 김기춘 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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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박헌영 “최순실, 필요할 때면 김기춘 이용했다”

입력
2016.12.2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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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崔 아성에 다가갈 수도 없어”

“崔, 金을 늙은 너구리라며 경계”

金, 崔 몰랐을 가능성 거의 없어

마찰 피하려 모른척 했을 것”

“최순실 특유의 이간질로

고영태ㆍ노승일도 등돌린 것”

박헌영 전 K스포츠 과장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5차 청문회'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박헌영 전 K스포츠 과장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5차 청문회'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비선실세 최순실(60ㆍ구속기소)씨가 김기춘(77)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 대해 ‘늙은 너구리’라고 지칭하면서 경계심을 가졌다는 최씨 측근 인사의 증언이 나왔다. 2013년 8월부터 1년 6개월 간 ‘청와대 2인자’로 있으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던 김 전 실장에 대한 최씨의 구체적인 언급이 드러난 것은 처음이다. 최씨가 박 대통령과의 개인적 친분을 이용해 국정에 개입하는 과정에서, 김 전 실장과 미묘한 긴장 관계를 맺긴 했지만 결국에는 자신의 ‘뜻’을 대부분 관철시킨 것으로 보인다.

박헌영(38) K스포츠재단 과장은 23일 2시간 40여분간 이뤄진 한국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최씨의 ‘아성’은 김 전 실장이 다가갈 수조차 없었던 것처럼 보였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어 “(옆에서 지켜 본) 최씨는 박 대통령과 한 몸이나 다름 없는 존재”라며 “김 전 실장이 아무리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다 해도, 최씨에게 비할 바는 못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1월 K스포츠재단에 입사한 박 과장은 최씨의 각종 지시를 받으면서 재단 실무를 수행한 탓에 그 동안 최씨의 최측근 가운데 한 명으로 분류돼 왔다.

박 과장이 청와대 관계자들과 직접 교류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 해도, 이 같은 이력을 볼 때 김 전 실장이 최씨의 국정농단 사태와 자신의 관련성을 전면 부인하는 현 상황에서 그의 발언은 의미심장한 대목들이 많아 보인다. 박 과장은 “최씨는 김 전 실장을 ‘늙은 너구리 같은 사람’이라고 했다”며 “주변 사람들에게 ‘김 전 실장을 조심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자기가 필요할 땐 (김 전 실장을) 이용하곤 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최씨가 김 전 실장과 직접 연락하거나 만났는지는 모른다”고 했다. 실제로 최씨와 대면 접촉을 많이 하면서 연락책 역할을 수행한 인물은 이미 알려진 대로 정호성(47ㆍ구속기소)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김 전 실장이 최씨의 국정농단을 전혀 몰랐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박 과장의 결론이다. 그는 “김 전 실장은 최씨의 존재에 대해 나름 눈치를 챘고, 최씨가 시키는 일인 줄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고 들어줬다고 보는 게 맞다”며 “제가 볼 땐 두 사람은 위아래 구분 없이 김 전 실장은 김 전 실장대로, 최씨는 최씨대로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실장 입장에선 최씨를 ‘건드려선 안 되는 인물’로 여겼을 것이라도 했다. 즉, 김 전 실장과 최씨는 서로를 견제 또는 의식했기에 불필요한 마찰이 생기지 않도록 각자 영역을 침범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박 과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자신을 향한 ‘위증 의혹’에 대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다”면서 억울한 심경을 토로했다. 지난 15일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4차 청문회에서 그는 청와대 내부 문건이 무더기로 저장된 채 발견된 문제의 태블릿PC에 대해 “고영태씨가 들고 다니는 걸 봤다”고 증언했다. 당시 이 발언은 해당 PC가 최씨 것인지 확실치 않다는, 최씨의 국정농단을 ‘물타기’하는 발언으로 비쳐졌다. 그리고 이틀 뒤, “고씨가 청문회 청문회 이틀 전(13일) ‘새누리당 의원과 박 과장이 입을 맞추고 위증을 할 것이다’고 말했는데 실제로 그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새누리당 의원들과 정동춘 K스포츠 이사장, 박 과장 등이 위증을 공모했다는 의혹이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2차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 오대근 기자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2차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 오대근 기자

박 과장은 이와 관련, “어쨌든 태블릿PC가 분명히 최씨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내 말은 완전히 묻혀 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중립에 있었던 사람이고 보고 겪은 것만 이야기한 것인데 순식간에 정치적 행위로 이용당해 버렸다”며 “결백을 입증할 35분 분량 녹취록이 있긴 하지만 사태가 잠잠해진 다음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했다. 녹취록을 공개해 버리면 또 다시 ‘태블릿 PC 프레임’이 만들어져 논란이 지속되고 ‘국정농단’이라는 본질이 흐려질 것이라는 말이었다.

박 과장은 특히 “태블릿 PC 문제는 아주 지엽적인 문제”라면서 “그것 이외에도 이번 사태의 본질인 최씨의 범죄사실, 국정농단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들은 얼마든지 많다”고 강조했다. 태블릿 PC의 소유관계, 증거능력 등을 문제 삼고 싶어하는 세력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지 않다고도 했다. 사실상 최씨와는 ‘결별’한 만큼, 더 이상 태블릿 PC를 둘러싼 논란에 휘말리기 싫다는 뜻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박 과장뿐 아니라, 고씨나 노승일(40) K스포츠 부장 등 한때 최씨의 최측근으로 불렸던 인사들은 왜 모두 최씨에게 등을 돌리게 된 것일까. 고씨는 “최씨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대통령의 연설문을 수정하는 것”이라고 처음 언론에 최씨의 국정개입 의혹을 폭로했으며, 노 부장은 22일 5차 청문회에서 “차은택씨에게 법적 조력자를 소개한 것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라고 들었다” “최씨가 늑장 귀국한 것은 증거인멸을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등의 증언으로 청문회장을 술렁이게 만들었다. 박 과장은 이에 대해 최씨 특유의 ‘이간질’이 원인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씨는 아랫사람들끼리 서로 단결이 되지 않게 하려고 했다”며 “(아래 직원들끼리) 서로 공유하는 게 많으면 나중에 자신이 위험에 처할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고 했다.

대형 비리 사태에서 종종 보이는 ‘꼬리 자르기’가 없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그는 덧붙였다. 박 과장은 “인간적 교감이란 게 없기 때문”이라며 “나를 지켜줄 것이라는 생각을 해야 감춰주기도 하는 법인데, 최씨의 경우는 의리라는 게 없다”고 말했다. 너무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하는 바람에 직원들을 ‘모래알갱이’로 만들어 버렸다고도 했다. 최씨 주변 인사들을 일컬어 ‘비열한 거리의 사람들’이라고 표현한 그는 “최씨는 자기 손 안에 폭탄을 안고 있다가 그 관리를 못해 막판에 폭탄이 터진 셈”이라고 이번 사태를 표현했다.

‘결과적으로 최순실의 부역자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그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그런 비난을 피해갈 순 없다고 생각한다”며 “죄송한 마음이 많다”고 했다. 이어 “진실을 밝히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검찰에서 사실대로 진술했다”며 “위증 논란도 오해를 불러일으켜 죄송한데, 결국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 생각한다”고도 했다.

이번 사태가 터진 이후 무서운 마음이 많이 들었다는 박 과장은 “부역자라는 ‘빚’이 있다면, 앞에 놓여 있는 공포를 감수하는 게 (국민 여러분의) 비난을 조금은 더는 길 아닐까 한다”면서 말을 맺었다.

최순실 존재도 모른다더니… 김기춘 “이름은 알았다”

박영선, 최순실 변호인ㆍ이완영 술자리 사진 공개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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