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시일반 모은 기금으로
소외계층에 연탄 전달
지역 초등생 대상 경제교육
노인복지센터 점심 봉사도

농심 임직원 70여명은 지난 4월 30일 오전 7시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본사에 모였다. 근무가 없는 토요일임에도 이들이 아침 일찍 회사에 나온 것은 바로 감자칩 스낵의 주 원료인 감자 재배 농가의 일손을 돕기 위해서다. 이들은 경기 안성시 일죽면 감자농가에서 하루 종일 호미와 낫 등을 이용해 흙돋우기(감자가 흙 밖으로 나오는 걸 방지하기 위해 흙으로 덮어주는 것)와 잡초 제거 등의 작업을 했다. 농민들은 “감자가 자랄 때 햇볕을 보면 크기가 작아져 상품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흙으로 덮어주는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며 “일손이 많이 부족하던 차에 농심 직원들이 도와줘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식품전문기업 농심 임직원들은 ‘내가 속한 지역사회와 이웃을 돌아보자’는 취지로 꾸준히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 매년 봄 전국의 감자 재배농가를 찾아가 돕는 봉사활동이 대표적이다.
이들의 감자농가 일손돕기는 농심이 2010년 출시한 ‘수미칩’에 사용되는 수미감자를 농가에서 공급받으면서부터 시작됐다. 수미감자는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재배되는 가장 대표적인 품종이다. 특히 탄수화물 함량이 높아 그냥 쪄먹거나 된장찌개 등 요리에도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감자칩 재료로 사용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얇게 자르면 절삭기에 달라붙고, 절단면이 갈색으로 변하는 ‘갈변 현상’이 나타나 가공용으로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농심은 새로운 기술 개발과 설비 보완을 통해 국산 수미감자를 100% 사용한 ‘수미칩’을 선보였고, 전국 500여 감자농가와 계약을 맺어 수미감자를 공급받고 있다. 이때 농심 직원들이 농민들의 어려움을 전해 듣고 일손돕기가 시작된 것이다. 농심 관계자는 “농가와의 상생을 위해 구매팀이 감자 수확을 지원하면서 시작된 활동이 2012년부터는 전사적인 봉사활동으로 확대됐다”며 “매년 임직원 70~100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자녀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하는 직원도 있다”고 말했다. 농민들도 “기업이 국산감자 구매에 발벗고 나서고, 일손도 보태주는데 누가 마다하겠냐”며 반기고 있다.

지역사회 봉사도 활발하다. 농심 본사 임직원 50여명은 지난달 5일 서울 노원구 중계동 ‘서울연탄은행’에 모여 독거노인 등 소외계층에 연탄을 배달하는 봉사활동을 벌였다. 임직원들은 연탄을 직접 짊어지고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르내리며 구슬땀을 흘렸다. 봉사활동에 참여한 회계팀 김승기 사원은 “집에서 연탄을 사용해본 적이 없어 연탄이 그렇게 무겁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며 “어르신들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다는 생각에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들이 이날 전달한 연탄 5,000장은 농심 임직원들이 조성한 ‘해피펀드’ 기금으로 마련됐다. 해피펀드는 2007년부터 매월 임직원들이 희망한 금액을 월급에서 자동 이체하는 방식으로 모금된다. 이처럼 십시일반 모은 기금은 약 10억원에 달한다. 농심은 해피펀드 기금을 활용해 제품 기부와 복지기관 시설 보수, 급식 봉사 등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에 사용하고 있다.
농심은 지난 8일에는 서울 동작복지재단에 해피펀드로 마련한 신라면 3,000박스를 기부했다. 농심의 대표제품인 신라면 기부는 2008년부터 9년째 계속되고 있다. 기부된 라면은 지역 내 사회복지시설과 독거노인, 한부모 가정 등 소외계층에게 전달된다.

농심은 또 서울시가 설립한 노인전문사회복지기관인 서울노인복지센터에서 매년 평균 두 차례 점심 식사 제공 봉사활동도 벌이고 있다. 농심 임직원 60~80명이 자사 제품인 ‘하우스카레’, ‘짜장라면’ 등으로 만든 점심 식사를 노인 2,000여명에게 제공하고 있다. 올해도 임직원 80여명이 따뜻한 식사를 대접했다. 그 동안 이 곳에서 점심 식사를 한 노인은 3만여명에 달한다.
농심 직원들로 구성된 ‘경제교육 동아리’에선 지역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경제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경제교육 국제 비영리단체인 JA코리아의 사전 교육을 받은 임직원 100여명은 농심 본사 인근의 서울 대방초등학교와 대영초등학교를 매년 방문해 학생들과 만난다. 이틀에 걸쳐 5시간 동안 진행되는 이 교육은 학년별로 커리큘럼이 마련돼 있을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
농심이 이처럼 지역밀착형 사회공헌 활동을 체계적으로 벌일 수 있는 것은 지난 2007년 3월 발족한 사회공헌단 덕분이다. ‘사랑 나눔으로 이웃과 함께 행복을 추구한다’는 슬로건을 내건 사회공헌단은 서울, 부산, 경북 구미, 경기 안양ㆍ안성, 충남 아산 등 주요 사업장에 조직을 갖추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식품기업의 특성을 반영한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지속가능 경영 실현과 지역사회 발전에 힘쓰고 있다”며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장수기업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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