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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반기문의 박연차 금품수수설, 대선 앞둔 폭로전 시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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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반기문의 박연차 금품수수설, 대선 앞둔 폭로전 시작인가

입력
2016.12.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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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외교장관과 유엔총장 재임 초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23만 달러를 받았다는 한 주간지 보도로 정치권이 뒤숭숭하다. 10년 총장 임기를 며칠 앞두지 않았으며, 대선 출마선언이 예고된 시점에서 이뤄진 의혹 제기에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신속한 검찰 수사를 요구할 정도로 즉각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근 시사저널 보도에 따르면 박 회장은 노무현 정부 당시인 2005년 5월 반기문 외교장관이 공관에서 주최한 베트남 외교장관 방한 환영 만찬에 베트남 명예총영사로 초대받아 20만 달러를 거마비 등의 명목으로 반 장관에게 줬으며, 유엔총장 취임 직후인 2007년 초에는 자신의 지인인 뉴욕의 한인 식당 사장을 통해 반 총장에게 3만 달러를 축하선물로 줬다는 주장이다. 대검중수부가 정권이 바뀐 2009년 3월 박연차 게이트를 수사하면서 관련 진술을 확보했지만 국익에 해를 끼친다는 우려에 따라 이를 덮었다는 박 회장 변호인의 증언도 있었다고 한다.

반 총장 금품수수설의 구체적 내용은 모두 박 회장으로부터 들었다는 지인들의 전언에 기초하고 있다. 당사자인 박 회장은 “돈을 건넨 적이 없으며 돈을 건넸다는 당시 정황도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검찰에 이런 진술을 한 적도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 물론 반 총장 측도 “황당무계하다”는 입장이다. 만찬 1시간 전에 공관에 도착해 금품을 줬다는 보도 내용과 달리 박 회장은 만찬에 늦게 도착했으며 행사 당일 따로 만난 사실도 없다고 반박했다. 박연차 게이트를 수사한 이인규 당시 대검중수부장은 이와 관련해 “사실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밝혔다.

반 총장은 대선 출마 의지가 확고하다면 보다 구체적으로 반박하고, 검찰 외교부 등 관계당국도 책임 있는 설명을 해야 한다. 금품 수수 의혹이 명쾌히 해소되지 않고서는 대선 과정에서는 물론이고 여론조사 지지율 1, 2위를 다투는 반 총장이 당선될 경우 뒤늦게 초래될 수 있는 부작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다만 뚜렷한 증거 없이 정략적 의도가 개입된 폭로가 대선에 적지 않은 악영향을 초래하고 혼탁 선거를 조장한 과거 사례에 비추어 대선 예비 후보에 대한 무분별한 폭로 또한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조기 대선이 예고된 상황에서 각 예비후보 진영이나 여야 정당, 언론은 엄격한 증거와 무거운 책임을 갖고 후보 검증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 무분별한 폭로전은 가뜩이나 혼란한 나라를 더 어지럽게 만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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