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대목에 지갑 조금씩 열어
신세계, 전년동기 34.7% 증가
유통업계 “소비 불씨 키우자”
휴대폰 등 막바지 판촉전 총력
최순실 사태와 주말 대규모 촛불 집회에 추락했던 백화점 매출의 회복세가 감지되고 있다. 어수선한 정국에 닫혔던 지갑이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분위기에 다소 열리고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그러나 소비 심리가 살아났다고 단정하긴 힘들다는 게 현장 분위기다. 업체들은 작은 불씨라도 살리기 위한 판촉 총력전에 나섰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그 동안 주말 장사에 어려움을 겪던 백화점과 대형마트들이 촛불 정국이 진정되며 매출이 상승 반전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 도심에 150만명(주최측 추산)이 모인 지난달 26일 롯데백화점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요일 기준)보다 8.2%나 줄었다. 집회 장소와 가까운 소공동 본점 매출은 11.1%나 고꾸라졌다. 그러나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9일)된 후 첫 주말(9~11일) 롯데백화점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 감소하는데 그쳤다. 특히 15~18일에는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5.8%나 뛰면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대목인 크리스마스를 낀 23,24일에도 전년 동기 보다 매출이 9.6% 증가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탄핵안 가결 후 촛불 집회 인원이 줄었고 화장품 세일과 크리스마스선물 제안전 등 대대적인 판촉전을 진행한 효과도 있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여세를 몰아 26~31일 패딩, 점퍼 등 겨울 의류 등을 최대 80% 할인하는 ‘롯데 박싱 위크’행사를 편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매출도 회복됐다.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지난달 12일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3%나 줄었다. 그러나 지난 23,24일 신세계백화점 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보다 34.7%나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겨울 정기세일에서 재미를 못 본 유통업체들이 마지막 대목인 크리스마스를 겨냥해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편 영향이 컸다”며 “그러나 소비심리가 회복된 것인지는 좀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도 23,24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5% 증가했다.
서울 도심 특급호텔은 촛불집회가 오히려 호재가 되고 있다. 롯데호텔은 이달 들어 4주째 주말 객실이 만실을 기록했다. 플라자호텔도 지난달부터 주말마다 410개 객실 중 1박 800만원 이상을 호가하는 일부 스위트룸을 제외하면 모두 만실이다.
정보기술(IT) 업계도 소비를 살리기 위해서 출고가 인하와 지원금 인상 등 연말 막바지 판촉전이 한창이다. KT는 지난 24일 팬택 IM-100과 단독 판매 모델 비와이폰의 출고가를 각각 12만6,500원, 1만9,800원 인하했다. 특히 아이폰6s시리즈 중 아이폰6s플러스 128기가바이트(GB) 모델의 출고가는 126만1,700원에서 96만8,000원으로 30만원이나 인하됐다. LG유플러스도 최근 아이폰6시리즈 지원금을 40만~55만원 올렸다. 아이폰6는 출시 15개월이 지나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의 지원금 상한(최대 33만원) 제한이 풀렸다. 삼성전자 스마트워치 기어S2클래식도 SK텔레콤이 지원금을 15만원에서 30만원으로 상향함에 따라 최저 8만6,200원에 구매 가능하다. 이통사 관계자는 “중저가의 실속형 모델과 구형 프리미엄 제품의 구매 부담이 낮아져 연말연시 판매량 증가가 기대된다”며 “새해에는 삼성 갤럭시A시리즈, LG K시리즈 등 신제품도 출시될 것으로 예상돼 중저가폰 경쟁이 달아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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