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권 속 안보리 결의안 채택
네타냐후 총리ㆍ오바마 악연 주목
‘親이스라엘’ 트럼프, 비판 메시지
팔레스타인ㆍ이슬람권은 “환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자치구 내 정착촌 건설을 비판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그동안 반(反)이스라엘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해 온 미국이 거부 대신 기권을 선택, 사실상 결의안 채택을 묵인한 데 따른 결과다. 이에 이스라엘은 물론 친(親)이스라엘 노선을 표방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도 반발하고 있다.
안보리는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개최한 회의에서 동예루살렘과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정착촌 건설을 중단하라고 이스라엘에 촉구하는 결의안 2334호를 찬성 14표, 기권 1표로 채택했다. 결의안은 “이스라엘이 점거한 팔레스타인 영토의 인구 구성을 바꾸려는 모든 조치가 국제인권법과 전시 민간인 보호를 명시한 4차 제네바 협약위반”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조치의 구체적 사례로는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 이스라엘 정착민 수송, 팔레스타인인 거주지 파괴와 거주민 추방 등이 거론됐다.
이스라엘은 즉각 반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성명을 통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보호하지 못했고 사실상 유엔과 공모했다”는 주장을 펴며 결의안에 따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팔레스타인과 이슬람권은 결의안 채택을 크게 환영했다. 리야드 만수르 주유엔 팔레스타인대사는 “너무 늦었지만 꼭 필요하고 중요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요르단ㆍ사우디아라비아ㆍ이란ㆍ카타르 외교부도 환영 성명을 발표해 호응했다.
미국은 2011년 유사한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적이 있음에도 이번에는 기권에 그쳐 사실상 결의안 채택을 묵인했다. 서맨사 파워 주 유엔 미국대사는 기권 결정에 대해 “결의안의 모든 내용에 동의할 수 없고 유엔이 이스라엘을 부당하게 겨냥하고 있다”면서도 “결의안은 일정 부분 진실을 반영하고 있고 정착촌 건설이 ‘두 국가 해법’을 훼손할 지경에 이르렀다는 우려에도 동의한다”고 해명했다. ‘두 국가 해법’이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해법으로 두 독립국가의 평화공존체제를 수립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미국 언론은 오바마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의 악연에 주목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 내내 정착촌 확대를 비판했고 네타냐후 총리는 오바마 대통령이 주도한 서방과 이란의 다자간 핵협상에 불만을 표했다고 지적한 후 “이스라엘은 미국의 배신에 불만을 토로하지만 양측은 애초에 친밀한 관계가 아니었다” 고 전했다.
당초 이 결의안은 22일 표결될 예정이었지만 결의안 초안을 제출한 이집트가 이스라엘 측의 로비와 트럼프 당선인의 압력 등으로 인해 발의를 거두기도 했다. 알라 유세프 이집트 대통령 대변인은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이 트럼프 당선인과 통화한 후 이 문제를 트럼프 정부가 다뤄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른 비상임이사국인 뉴질랜드ㆍ말레이시아ㆍ세네갈ㆍ베네수엘라가 23일 이 초안을 그대로 발의했고 미국을 제외한 14개국이 결의안 채택에 찬성했다.
결의안 채택을 막으려 적극 개입한 트럼프 당선인은 24일 트위터를 통해 “결의안으로 인해 평화협상이 어려워졌다”고 밝히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트럼프 당선인은 차기 주 이스라엘 미국대사로 강경 정착촌 지지자인 데이비드 프리드먼을 임명하며 친이스라엘 외교 노선을 예고한 바 있다. 트럼프는 직접 서안지구 정착촌에 1만 달러를 기부한 적이 있을 정도로 기존 ‘두 국가 해법’에 반대해왔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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