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을 씻고 고운 아마포로 만든 붕대로 전신을 싸고 그 위에 아이귑토스인들이 아교 대신 사용하는 고무를 바른다. 그러면 친척들이 시신을 가져가 사람 모양의 목관을 만들어 그 안에 뉜다. 그리고 관을 봉한 다음 벽에 똑바로 세워 묘실에 안치한다.”
서양 역사학의 아버지, 헤로도토스가 쓴 ‘역사’에 나오는 고대 이집트의 미라 만드는 법이다. 그에 따르면 미라를 만드는 방법은 3가지가 있었고, 죽은 자의 재산에 따라 뇌와 내장을 제거하는 방법이 결정됐다. 그렇다면 관의 가격은 얼마일까?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이영훈)이 내년 4월 9일까지 여는 ‘이집트 보물전-이집트 미라 한국에 오다’는 한번쯤 머리에 떠올려봤을 이 질문에서 시작한다. 사회ㆍ경제적 지위가 신앙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고대 이집트 ‘흙수저’들은 미라와 관을 어떻게 만들고 지켰는지 등 미국 뉴욕 브루클린박물관 소장품 229점을 들여와 이 궁금증을 풀어준다. 이집트 장례 풍습을 사회문화경제적으로 조명한 ‘투 리브 포에버’(2008~2012), 이집트인의 동물숭배를 소개한 ‘소울풀 크리처스’(2014~ ) 이 두 전시를 하나로 엮었다.
국내 전시를 기획한 구문경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사후세계 영생에 대한 이집트인들의 강력한 믿음은 ‘오시리스 신화’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오시리스는 동생인 세트에게 죽임을 당하고 부인 이시스의 도움으로 되살아나 사후세계의 왕이 됐다. 이집트인들은 오시리스처럼 현세에서 죽어도 사후세계에서 영원히 살 수 있다고 생각했고 때문에 사후세계에 대한 준비를 많이 했다는 설명이다. 구 학예사는 “무덤에 오시리스 상을 같이 묻고, 관에다 신에게 봉헌하는 모습을 새기는 이유도 내가 신에게 사후세계에서 뭔가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집트인들은 신체 기관 중 뇌보다 심장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죽은 뒤 법과 정의의 여신인 ‘마트’에게 심판을 받아야 하는데, 마트가 자신의 깃털과 심장의 무게를 잰 뒤 심장이 깃털보다 무거우면 죄를 많이 지은 것으로 간주돼 영생의 땅에 들어갈 수 없고 믿었다. 이 때문에 미라를 만들 때 장기는 다 들어내도 심장은 그대로 뒀다. 2부 미라 제작, 3부 장례절차를 통해 이런 과정을 생생히 볼 수 있다. 로마가 이집트를 점령한 이후 이집트 미라에 로마문화가 접목된 ‘미라 수의’ 같은 것도 볼 수 있다.
하이라이트는 평민들의 미라를 소개한 4부 ‘부와 명예의 과시, 장례의식’이다. 각 계급에 맞는 장례물품과 미라가 소개된다. 5, 6부는 동물 미라들이다. 당시 사람들은 인간에게는 없는 능력을 동물에서 찾고자 했고 이는 동물숭배로 이어졌다. 고양이, 뱀, 따오기 미라와 이들을 담은 관은 동물에게도 영원한 삶을 선물하려 했던 사실을 알려준다.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관의 가격은 얼마였을까. 4부에 전시된, 한 장인의 나무관은 대머리독수리와 여우, 사람 등 화려한 그림으로 뒤덮여있다. 브루클린박물관측은 “이런 고급스러운 관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대략 1년치 급여에 버금가는 비싼 비용을 지불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02)2077-9271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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