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년(丙申年)이 저물고 있다.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할 시점이지만 여전히 진행 중인 사안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코끝이 아려오는 추위지만 광장의 촛불은 꺼질 줄을 모른다.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후, 국민의 관심은 헌법재판소로 몰리고 있지만 언제, 그리고 어떻게 결론 날 지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아울러 역대 최악의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해 축산 농가들의 시름과 먹거리에 대한 국민의 불안도 여전하다.
2016년 대한민국을 그려보기 위해 다양한 데이터를 통해 지난 1년간의 궤적을 살펴보았다. 그간 분석해 온 빅데이터에 기반하여 먼저 10개의 중심 이슈를 추출했고, 각각의 이슈들이 주요 미디어를 통해 어떤 양상으로 나타났는지 파악해 보았다. 10개의 이슈를 대표하는 키워드는 ‘세월호’ ‘사드배치’ ‘김영란법’ ‘알파고’ ‘20대 총선’ ‘강남역 살인사건’ ‘지진’ ‘탄핵’ 등의 사건들과 이슈의 중심이었던 인물인 ‘최순실’ ‘박근혜’로 설정했다.
검색 새로운 사건과 현상에 관심 쏠려
관련 데이터 추출은 포털 검색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그리고 뉴스 기사를 통해 이루어졌다. 검색은 구글 트랜드서비스를, SNS 관련 데이터는 닐슨코리안클릭의 버즈워드 데이터를, 마지막으로 뉴스 기사 데이터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빅카인즈 서비스를 통해 추출하였다. 세 가지 데이터를 분석한 이유는, 이슈의 종류와 내용에 따라 필요로 하는 정보가 다를 수 있고 또 그에 따른 정보 활용 방식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각각의 매체에서 나타나는 데이터를 통해 이슈의 추이를 살펴봤다.
검색은 사용자가 필요한 정보를 얻거나, 관련 내용을 찾고자 할 때 이루어진다. 온라인 서비스가 다양해지면서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살펴보는 창구 역할도 한다. 그래프가 의미하는 바는 가장 높은 검색량을 보였던 ‘지진’을 100으로 할 때 다른 검색어들의 상대적 비중을 나타낸다. 한 해 동안의 10가지 이슈에 대한 검색 추이에 있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은 ‘지진’과 ‘알파고’였다. 이전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새롭게 나타난 현상과 사건에 대해 파악하고자 하는 욕구가 표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지진’의 경우,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공포의 크기를 짐작하게 해준다. 이와 함께 후반기로 들어서면서 ‘최순실’과 ‘박근혜’에 대한 검색 추이가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이슈들이 비교적 단기간에 급상승과 하락을 나타낸 것과 달리 ‘박근혜’에 대한 검색은 비교적 꾸준히 이어지고 있었는데, 해당 인물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관련 뉴스나 사건에 대한 파악을 위해 검색 행위가 나타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SNS ‘최순실’ ‘박근혜’ ‘세월호’가 두드러져
트위터를 대표로 하는 SNS에서도 ‘최순실’과 ‘박근혜’에 대한 관심은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났다. 검색과 달리 SNS는 필요로 하는 정보 소비뿐만 아니라 타인에게 자신의 관심을 드러내고 의견을 표출하는 특성이 있기에, 보다 적극적인 차원에서 해당 이슈에 대한 수용 및 공유가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4월 16일을 전후로 하여 ‘세월호’에 대한 언급이 급증하었고, 다른 키워드들에 비해 꾸준하게 나타나는 양상을 보여주었다.
뉴스 기사는 정치적 이슈에 높은 비중
다음으로 뉴스 기사의 경우, 공론장에서 이루어지는 사회적 관심을 나타낸다. 일반 시민들의 관심을 따라가기도 하지만, 새로운 이슈에 대한 프레임 형성을 통해 관심을 촉발하는 역할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올해는 사회적 이슈보다는 정치적 사안과 관련된 기사 생산의 비중이 두드러지는데, ‘최순실’과 ‘박근혜’ 관련 기사의 추이는 앞서 살펴본 검색 추이나 SNS와 마찬가지로 후반기에 가장 활발한 두 가지 이슈로 나타나고 있다. 검색이나 SNS에서의 양상과는 다른 점도 눈에 띈다. ‘탄핵’ 관련 뉴스의 비중이 매우 크게 나타나고 있는데, 탄핵 가결이라는 역사적 사건의 뉴스 가치와 함께 향후 그 결과와 영향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올 전반기에 생산된 기사에 있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20대 총선’ 관련 뉴스였다. 각 당에서 나타난 공천과정에서의 어려움과 함께 예상치 못했던 총선의 결과가 뉴스 영역에서는 가장 비중 있게 다뤄진 이슈였다. 중반기의 경우에는 ‘사드 배치’와 관련한 기사량의 증가가 두드러졌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효과성에 대한 논란과 함께 입지 선정을 두고 나타난 사회적 갈등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지난 일 년을 돌아보는 시점에서 세 가지 매체 모두 공통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역시 ‘최순실’과 ‘박근혜’였다. 사실 10개의 이슈 중 ‘탄핵’과 ‘세월호’ 역시 연관 이슈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2016년의 대한민국이 어떤 모습으로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될 지는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이러한 기록들은 외면할 수 없는 부끄럽고 불행한 우리 모습이지만, 교훈과 학습의 효과 또한 분명하다. 내년에는 보다 건강하고 긍정적인 이슈들로 한 해를 채울 수 있는 시간이 되길 소망하는 맘 역시 간절하다.
배영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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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터 출처: 검색어 데이터는 구글 트랜드서비스 자료, 트위터 자료는 조사전문업체인 닐슨코리안클릭(koreanclick.com)의 버즈워드(Buzzword)데이터를 이용. 트위터 데이터는 2016년 1월 1일 ~ 12월 23일까지 2,222만개 이상의 계정에서 추출. 뉴스기사 관련 데이터는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서비스를 이용하여 같은 시기를 대상으로 방송(MBC, SBS, YTN)과 신문(한국일보, 경향신문 등 13개 매체)에서 추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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