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피해자 사망의 직접적 원인 아냐”
지난 2월 강원 철원군의 한 전방부대에서 선임들의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해 사병 1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4명 중 1명에게 법원이 벌금형을 선고했다.
인천지법 형사2단독 김현덕 판사는 폭행 혐의로 기소된 대학생 유모(22)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유씨는 지난해 9월 철원군 6사단 7연대 소속으로 근무할 당시 최전방 소초(GP) 세면장 앞에서 후임인 박모(당시 20) 일병이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2차례 때린 혐의로 기소됐다. 박 일병은 약 4개월 뒤인 지난 2월 7일 초소에서 근무 도중 총기를 이용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군인권센터는 지난달 기자회견을 열어 박 일병이 선임 4명에게 가혹행위를 당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며 선임병들의 처벌을 촉구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당시 상병이었던 유씨는 경계 근무가 미숙하다는 이유로 총기 개머리판과 주먹으로 박 일병을 폭행했다. 부GP장(중사)이 폐쇄회로(CC)TV로 이 장면을 확인했지만 유씨에게는 GP 철수 처분만 내려졌다.
박 일병은 또 지난 1월 분대장인 제모(21) 상병과 김모(20) 상병과 임모(21)일병 등에게 머리를 맞는 등 가혹행위에 시달렸고 어머니와 누나를 성적으로 모욕하는 발언도 들었다. 박 일병은 선임들이 떠넘긴 교대 근무를 서느라 영하 10도의 혹한 속에서 하루 12시간 이상 근무하기도 했다.
김 판사는 “피고인은 피해자가 군에 입대해 소속 부대에 배치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폭력을 행사했다”며 “피해자는 선임병들의 계속된 폭행과 가혹행위에 시달리다가 자살했다”고 설명했다. 김 판사는 “피해자의 유족이 피고인에 대한 강한 처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그러나 피고인의 소속 부대가 변경된 후 선임병들의 범행이 가혹하게 이뤄진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의 폭행이 피해자 사망의 직접적이고 유일한 원인이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유씨가 초소에서 박 일병을 폭행한 혐의와 관련한 사건은 군사법원으로 이송했다. 군 형법은 초병폭행죄를 저지르면 기소 당시 신분과 관계없이 군사법원이 재판권을 갖도록 했다. 유씨 외에 다른 가해 선임병 3명은 올 6월 군사법원에서 열린 1심 재판에서 모두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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