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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은 배, 백성은 물…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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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은 배, 백성은 물…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는다"

입력
2016.12.24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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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 '君舟民水'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다음 날인 10일 광화문 광장에 모인 시민이 촛불을 밝히고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 구호를 외치며 청와대로 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다음 날인 10일 광화문 광장에 모인 시민이 촛불을 밝히고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 구호를 외치며 청와대로 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교수들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로 '君舟民水'(군주민수)가 선정됐다.

교수신문은 전국의 교수 611명을 상대로 이달 20일부터 22일까지 이메일 설문조사를 한 결과 올 한해를 규정할 사자성어로 '君舟民水'가 뽑혔다고 24일 밝혔다.

君舟民水는 '순자'(荀子)의 '왕제'(王制)편에 나오는 말이다.

원문은 '君者舟也 庶人者水也(군자주야 서인자수야). 水則載舟 水則覆舟(수즉재주 수즉복주). 君以此思危 則危將焉而不至矣(군이차사위 즉위장언이부지의)'다.

'백성은 물, 임금은 배이니 강물의 힘으로 배를 뜨게 하지만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성난 민심이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며 촛불을 밝혀 들고, 결국 박 대통령 탄핵안까지 가결된 상황을 빗댄 것으로 풀이된다.

육영수 중앙대 교수(역사학)가 추천한 성어로, 응답자 611명 가운데 가장 많은 198명(32.4%)의 교수가 이 성어를 꼽았다.

육 교수는 "분노한 국민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재확인하며 박근혜 선장이 지휘하는 배를 흔들고 침몰시키려 한다"며 "박근혜 정권의 행로와 결말은 유신정권의 역사적 성격과 한계를 계승하려는 욕심의 필연적 산물"이라고 지적했다.

설문에 참여한 한 교수는 "2,500년 전에 이렇게 주권재민의 원리를 이야기한 순자에게 소름 끼치는 경외감을 느낀다"고 말했다고 교수신문은 전했다.

올해의 사자성어 2위는 176명(28.8%)의 교수들이 꼽은 '逆天者亡'(역천자망), 3위는 113명(18.5%)이 꼽은 '露積成海'(노적성해)였다.

逆天者亡은 '맹자'(孟子)에 나오는 말로, '천리를 거스르는 자는 패망하기 마련이다'라는 뜻이다.

이 성어를 추천한 이승환 고려대 교수(철학)는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박근혜 대통령의 헌정농단은 입헌 민주주의의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원리를 거스른 일"이라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3위를 차지한 露積成海는 윤평중 한신대 교수(철학)가 추천한 성어로 '작은 이슬이 모여 큰 바다를 이룬다'는 뜻이다.

윤 교수는 "작은 이슬방울이 모여 창대한 바다를 이루듯 한국 역사의 큰길을 시민들의 촛불 바다가 장엄하게 밝혔다"고 말했다.

이밖에 올해의 사자성어 최종 후보로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가 추천한 '憑公營私'(빙공영사·공공의 것을 빙자해 사적인 이득을 꾀함), 人衆勝天(인중승천·사람이 많으면 하늘도 이길 수 있음) 등도 올랐다.

설문에서 '빙공영사'를 꼽은 교수들은 "이번 국정농단의 핵심은 사적 이익과 공적 책임을 구별하지 못한 데 따른 것", '인중승천'을 꼽은 교수들은 "어떤 힘도 진리와 국민을 이기지 못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안대회 교수는 '百思不解'(백사불해·백번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다), 윤평중 교수는 '羊頭狗肉'(양두구육·양 머리를 걸어놓고 개고기를 판다는 뜻으로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음을 꼬집는 말)을 함께 추천하기도 했다.

교수신문은 "추천위원 교수들이 추천한 사자성어 20개 가운데 최종 5개를 골라 설문조사했다"며 "쉽고 친숙하고 세태를 적확히 반영한 성어를 골라내는 것을 목표로 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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