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트럭 테러 용의자 아니스 암리(24)가 사건 발생 나흘 만인 2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인근에서 검문 중이던 경찰의 총에 맞아 숨졌다.
마르코 민니티 이탈리아 내무장관은 이날 오전 로마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베를린 테러 용의자가 사살됐다”라며 “사망자의 외모와 지문이 테러에 사용된 트럭에서 발견된 지문들과 일치한다”라고 밝혔다.
민니티 장관에 따르면, 암리는 이날 오전 3시께 밀라노 근처 세스토산 지오반니에서 검문 경찰과 맞닥뜨렸다. 당시 경찰은 일상적인 검문 중이었고 암리에게 신분증을 요구했다. 하지만 암리는 갑자기 총을 꺼내 경찰의 어깨를 쐈고, 옆에서 대응 사격한 수습 경찰(29)이 쏜 총에 사망했다. 총상을 입은 경찰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이에 따라 독일 경찰은 사건 초기 엉뚱한 사람을 용의자로 몰아 초동 대응에 문제점을 드러낸 데 이어 용의자 동선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셈이 됐다. 독일 경찰은 22일에도 암리가 베를린 시내에 있을 것으로 보고 시내 모스크를 집중 수색하는 등 헛다리만 짚었다. 이탈리아 대테러경찰에 따르면 암리는 알프스 산기슭에 위치한 프랑스 샹베리에서 이탈리아 북서부 토리노로 이동한 뒤 토리노에서 기차를 타고 밀라노로 움직인 것으로 추정된다.
암리는 지난 19일 오후 8시 41분 독일 베를린의 크리스마스 시장에 트럭을 몰고 돌진, 12명이 숨지고 40여명이 부상했다.
암리가 사살되자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는 암리가 등장하는 동영상을 IS 선전 매체 아마크 통신에 공개했다. 암리는 이 동영상에서 아랍어로 IS에 충성을 맹세하는 한편, 유럽의 무슬림에게 “공격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한편, 유럽에서는 연말 성탄절을 앞두고 테러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앞서 트럭 테러가 발생한 독일 베를린 시내의 크리스마스 시장은 사건 사흘만인 22일(현지시간) 오전 다시 문을 열었지만 분위기는 예전만 못했다.
지난 7월 관광지 니스에서 트럭 테러를 경험했던 프랑스는 경계 태세를 최고수준으로 격상시켰다. 대표적인 관광명소인 샹젤리제 거리를 콘크리트 블록으로 둘러쌌다. 브뤼노 르루 프랑스 내무장관은 “최고 수준의 경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백 대의 폐쇄회로(CC)TV 카메라가 추가 설치됐고, 시민들의 안전한 쇼핑을 위해 곳곳에 기병들도 투입됐다. 인근 스위스는 물론 바다 건너 영국도 테러 이후 전역의 크리스마스 시장을 중심으로 배치 경찰을 늘렸다. 미국도 크리스마스 관련 행사에 보안 경찰 인력을 확대했다.
특히 호주에서는 대규모 테러를 준비한 일당이 체포되는 등 지구 반대편에서도 연말 성탄 연휴를 앞두고 긴장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23일 호주 경찰은 “크리스마스를 겨냥해 멜버른에서 테러를 모의한 7명을 체포했다”며 “이중 구금된 5명은 모두 20대 호주인으로 이슬람국가(IS) 이념에 경도된 ‘외로운 늑대’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쇼핑객과 관광객들이 몰리는 플린더스 스트리트역, 페더레이션 광장, 세인트폴 대성당 일대에서 폭발물과 흉기를 동원한 테러를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말콤 턴불 호주 총리는 “그들은 호주 국민을 위협하고 분열시키려 했다”며 “이번 테러 모의는 최근 수년간 적발한 음모들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2014년 9월부터 12차례의 테러 기도가 있었지만 차단했다며 “우리는 이들을 끝까지 막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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