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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동적인 지도로 보는 역사책에 ‘역덕’들도 열광했죠”

입력
2016.12.23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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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라스 역사 시리즈의 편집을 맡은 사계절 인문팀의 이진(왼쪽) 팀장과 이창연 대리. 두 사람은 2004년부터 2016년까지 12년 간 이 시리즈를 거쳐간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아틀라스 역사 시리즈의 편집을 맡은 사계절 인문팀의 이진(왼쪽) 팀장과 이창연 대리. 두 사람은 2004년부터 2016년까지 12년 간 이 시리즈를 거쳐간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지도가 중심이 되는 역사서가 국내엔 많지 않아요. 있다 해도 거의 번역서고요. 우리 역사학자의 연구성과를 입체적인 지도를 통해 보여주는 책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고민에서 이 시리즈가 출발했습니다.”

2004년 시작된 아틀라스 역사 시리즈는 2016년을 끝으로 12년에 걸친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2004년 한국사, 세계사(2009년 개정판 출간), 2007년 중국사(2015년 개정판 출간), 2011년 일본사, 그리고 마지막으로 2016년 중앙유라시아사가 출간됐다. 그 동안 이 시리즈를 거친 사람만 수십 명에 이른다. 아직 다루지 못한 지역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5권으로 끝난 이유는 막대한 비용 때문이다.

“중앙유라시아사에 들어간 지도만 113컷, 계보도는 22컷이에요. 올 컬러판이고요. 이렇게 만들려면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가는데, 솔직히 말하면 인도나 동남아처럼 비교적 국내의 관심이 적은 지역을 다뤘을 때 손익분기점을 넘길지 자신할 수 없었어요.”

사계절 인문팀의 이진 팀장과 이창연 대리의 얼굴엔 아쉬움이 가득했다. 사계절의 다른 역사책과 비교했을 때 아틀라스 시리즈에 들어간 비용은 10배 수준이다. 그만큼 야심과 책임감을 가지고 시작한 시리즈다.

“시간에 편향돼 있던 역사인식을 지도를 통해 공간으로 확장하는 것이 목표였어요. 옛날 사회과부도에 있는 평면지도가 아닌 산맥, 강줄기, 고원과 평지의 높낮이 차까지 실감 나게 표현하는 음영기복도를 주로 사용했습니다. 점, 선, 면을 이용해 역사적 사건이 발생한 지점이나 국경, 세력 범위가 명확하게 드러나도록 했고, 여기에 다양한 형태의 화살표로 이동 경로나 전투 경로를 표기해 시공간을 역동적으로 구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마지막 권인 중앙유라시아사는 시리즈를 만들면서 쌓인 노하우가 총 집약된 책이다. 중앙유라시아사의 세계적 권위자인 김호동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가 집필하고 지도까지 직접 제작해 정확도를 높였다. 저자가 중앙유라시아 역사에 등장하는 주요 지명을 경도와 위도를 따져 일일이 지도 제작 프로그램에 입력한 뒤, 사료 해석과 고증을 바탕으로 역사적 사건과 전개, 영역을 지도로 구현하면 그걸 전문가가 가공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고대로 올라갈수록 문자 기록만을 근거로 지도를 그려야 하기 때문에 점 하나까지도 연구자의 입장이 된다고 해요. 원래 찍었던 점에서 1㎜만 벗어나도 학자의 주장이 달라지는 셈이라 매우 정밀한 작업이었습니다. 모든 책이 기본적으로 10교 이상을 거쳤어요.”

이렇게 만들어진 책은 마니아들, 소위 ‘역덕’(역사 덕후)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받았다. 출판사 SNS계정을 통해 중앙유라시아사 출간을 예고한 뒤로 “언제 나오냐”는 독자들의 문의 전화가 줄을 이었고, 출간 이후 개최한 저자 강연회는 200명 규모의 강연장이 꽉 찰 정도로 활기가 넘쳤다.

“독자 전화가 가장 많은 책이 이 아틀라스 시리즈예요. 인도나 다른 지역도 내달라고 요청하시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운 마음뿐입니다. 전쟁사나 문화사 등으로 폭을 좁히고 판형도 줄이는 식으로 다른 시리즈를 만들어 볼까 생각 중이에요. 저희 팀도 가장 좋아하는 시리즈거든요.”

황수현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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