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5060세대 1인 사업자
부동산ㆍ도소매업이 절반 차지
기업 4곳 중 3곳, 5년 못 가
장기불황형 패턴… 대책 시급
경기 침체로 문을 닫은 기업 수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들 기업 대부분은 직원을 고용하지 않은 1인 영세사업자였다. 창업 후 5년 이상 살아남는 기업 비율도 갈수록 떨어지며 4곳 중 1곳을 간신히 넘는 수준이 됐다.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기준 기업생멸(生滅) 행정통계’에 따르면 폐업 등으로 문을 닫은 소멸기업(1년간 경제활동을 하지 않은 기업 포함)은 2014년 기준으로 77만7,000개로 전년에 비해 무려 11만2,000개가 늘어났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6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소멸기업의 대부분은 종업원이 없는 1인 기업이었다. 전체의 94.2%에 달했다. 특히 소멸기업 대표자 연령대를 보면 50대(28.0%)와 60대 이상(26.1%)이 전체의 54.1%에 달했다.
업종은 부동산임대업(25.2%)이 가장 많고 도소매업(23.9%), 숙박음식점업(18.3%)이 뒤를 이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부동산임대업이나 숙박음식점업 등은 진입장벽이 낮아 퇴직한 베이비부머들이 뛰어들기 좋은 업종이지만 그만큼 실패 확률도 높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불황 여파로 신생기업은 81만3,000개로 2014년보다 3만개 감소했지만, 여전히 이들 업종으로의 쏠림 현상은 지속됐다. 신생기업 업종을 보면 도소매업(24.9%), 숙박음식점업(19.8%), 부동산임대업(19.7%) 등의 순으로 이들 3대 업종의 비중이 64.4%에 달했다. 빈기범 명지대 교수는 “경기불황으로 청년층은 창업에 소극적이고, 퇴직한 베이비부머들만 어쩔 수 없이 자영업 시장에 내몰리다 보니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생존율도 갈수록 저조해지는 모습이다. 2014년 기준 기업의 1년 생존률은 62.4%였고, 5년 생존율은 27.3%를 기록했다. 10개 기업이 창업하면 그 중 4개는 1년 이내에, 7~8곳은 5년 내에 폐업한다는 것이다. 특히 5년 생존률은 전년도 29.0%에서 1.7%포인트나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전형적인 장기불황형 기업생멸 패턴이라고 지적한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소멸기업의 대표자 중 50대 이상 1인 영세 사업자들은 사실상 반실업 상태였다고 볼 수 있다”라며 “경기불황이 상당히 지속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인 만큼, 저소득층이나 영세자영업자들을 위한 생계지원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세종=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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