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인분교수 사건 계기
인권 전담기구 설치도 주문
국가인권위원회가 ‘인분교수 사건’을 계기로 전국 대학총장들에게 대학원생 인권 장전 및 인권 전담기구를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학생이자 연구 노동자인 대학원생들이 지도교수와 특수관계로 얽혀 인권을 침해 당하는 사례가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판단에서다.
인권위는 23일 “2010년 대학원생 인권침해가 공론화한 이후 지난해 인분까지 먹은 피해 사례가 알려지면서 관련 문제를 더 이상 도외시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확산됐다”며 전국 182개 대학 총장들에게 인권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인분교수 사건은 경기도 한 대학교수 장모(53)씨가 2013년 3월부터 2년 넘게 대학원생 제자(30)에게 인분을 먹이고 상습 폭행한 일로 지난해 7월 알려지면서 공분을 샀다.
인권위는 총장들에게 차별금지권, 부당지시 거부권 등 13개 항목을 명시한 ‘대학원생 인권장전 가이드라인’을 제안하고 학내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문제를 처리할 인권전담기구 설치를 주문했다.
인권위가 지난해 전국 198개 대학원생 1,906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이들의 열악한 인권 실태는 확인됐다. 상당수 응답자는 학업ㆍ연구권, 부당한 업무지시 거부권 등을 보장받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공동연구 활동에 시달려 학업에 지장을 받는 학생이 34.5%에 달했고, 프로젝트 수행 후 정당한 보수를 받지 못한다는 응답자도 25.8%나 됐다.
심지어 연구비 유용과 대가성 선물 제공 등 불법을 강요 당한 대학원생도 적지 않았다. 부당한 연구비 유용 및 명의도용 지시를 받거나 학점, 장학금 등을 빌미로 과도한 선물 압력에 시달린 비율이 각각 9.7%, 4.6%였다. 폭언, 욕설 등 모욕감(10.0%)을 느끼고 체벌ㆍ구타같은 신체적 위협(1.2%)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복리후생 보장 수준 역시 낮게 평가됐다. 응답자 10명 중 8명이 ‘학생 부모를 위한 수유실 등 공간이 미흡하다(83.3%)’고 지적했다. 대학원생들은 이 밖에 ‘예비 학생부모 등을 위한 출산, 보육정책 미흡(68.6%)’ ‘부실한 교내 복지시설(49.0%)’ 등을 개선 대상으로 꼽았다. 인권위 관계자는 “대학원생들이 지도교수에게 종속되지 않도록 대학 당국이 나서 적극적인 예방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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