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한복판에서 벌어진 트럭테러의 용의자 아니스 암리(24)가 사흘째 행방이 묘연한 가운데 그의 지문이 트럭 운전석에서 발견됐다. 독일 경찰이 사건 발생 사흘째야 결정적인 단서를 확보면서 초동 수사가 실패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토마스 데메지에르 독일 내무장관은 “암리의 지문이 범행에 쓰인 19톤 트럭 운전석과 문 등에서 발견됐다”면서 “그가 사실상 범인을 가능성이 크다”고 22일 말했다.
주간 슈피겔은 이날 온라인판에서 “수사기관은 암리를 감시하고 있었지만 그는 여전히 잠적할 수 있었다”며 허술한 범죄 용의자 관리 체계를 비판했고, 쥐트도이체차이퉁은 “경찰이 엉뚱한 용의자를 붙잡고 시간만 낭비했다”고 지적했다. 사건 당일 베를린 경찰은 현장인 브라이트샤이트 광장에서 1km가량 떨어진 곳에서 파키스탄 이민자를 용의자로 체포했다가 이튿날 증거 불충분으로 석방했다. 경찰은 21일 오전에도 또 다른 이민자를 용의자로 지목하고 체포했다고 몇 시간도 안 돼 풀어줬다.
암리가 용의자로 지목된 것은 21일 낮이었고 그 사이 그는 베를린을 벗어나 네덜란드 등과 접한 독일 서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까지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경찰은 처음에 암리가 범인인지 아닌지 확실하지 않다며 신상을 공개하지 않았다가 비판이 거세지자 유럽 전역에 현상금 10만 유로를 내걸고 공개수사로 전환했다. 쥐트도이체차이퉁은 “연방 경찰이 암리를 용의자로 지목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비판했다.
독일 경찰은 폴란드, 프랑스 국경 지대와 주요 기차역, 공항 등에 병력을 배치하고 CCTV로 암리의 도주 경로를 추적하고 있지만 벌써 그가 독일을 벗어났을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암리는 최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의 에메리히의 난민 숙소에서 머물기도 했고 베를린을 오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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